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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김용택-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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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과 상징이 넘치는 시나 무거운 담론으로 독자들을 압박하는 소설과 달리 산문은 가벼운 듯 하면서도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도드라져 보인다.읽기에 우선 부담스럽지 않고, 풋풋한 문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하는 산문에는 그만큼 글쓴 이의 소박하고 진실한 체험과 섬세한 감수성이 묻어난다. 나란히 산문집을 낸 시인 도종환씨와 김용택씨의 글에서도 이같은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도종환씨의 '모과'(샘터 펴냄)는 상처가 깊을수록 더 진한 향내를 풍기는 모과를 통해 방황과 힘들었던 시절을 추억하고, 자연과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풋내기 산골학교 교사시절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늘 술 취해 비틀거리던 모습을 보고 '절망하지 맙시다'라는 한마디로 삶과 문학이 하나되는 길을 찾아주신 지팡이 같은 분 박신부님 이야기, 함석헌의 시를 읽으며 '헛살았구나'라며 자책한 추억, 월요일 아침이면 교사와 학생들에게 시 한 편씩 나눠주고 흔들릴 때마다 시 한 편씩 읽으며 '내 안'에 삐걱이는 것들을 바로 잡아 나가는 이야기 등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그의 산문은 자연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인간을 자연처럼 이해하는 시인의 속내를 느끼게 하며 자연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 준다.

'촌아 울지마'(열림원 펴냄)는 김용택시인이 교편을 잡고 있는 섬진강변 마암분교 아이들의 성장과 희망을 기록한 이야기다.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작은 학교에서 해마다 새로 피어나는 들꽃처럼 환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교와 수식이 배제된 소박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글에는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저절로 커가는 투박하지만 순한 우리 아이들의 정서와 향기가 묻어난다. 봄바람을 타고 꽃잎같이 날아오르며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과 사랑, 세상에 대한 고뇌와 설렘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아이들과의 생활은 꼭 연애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내게 서서히 다가오곤 했다"고 말한다. 시인은 "서서히 머리칼이 희어지지만 열두어 살 먹은 아이들과 떠들고 공차고 싸우고 혼나고 또 혼나면서 끝없이 인생을 배우고 고쳐가며 살 것"이라고 이 산문집에서 다짐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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