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일공고 멀티미디어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조일 공업 고등학교(교장 김영욱, 053-962-0637) 컴퓨터 실습실에서 대구시 교육청이 주관한 교사들을 위한 '교육정보화 자율연수' 때의 한 장면. 강의에 나선 이 학교 전산과 박병수 교사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한 한 수강 교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컴맹 교사의 질문이 끝나자 실습실 뒤에 대기하고 있던 이 학교 2학년 이진협 군이 재빠르게 질문한 선생님 곁으로 다가가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조작하며 설명을 곁들였다. 컴맹인 자신을 도와주는 학생의 얼굴을 확인한 교사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너 진협이 아니냐? 네가 어떻게 이런 걸…"

중학교 3학년 시절 진협이의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은 '설마 진협이 한테 무엇인가를 배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 진협이의 성적은 거의 꼴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평가의 기준이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이었던 중학교에서 늘 바닥권에 머물던 진협이는 조일공고에 입학하고 멀티미디어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멀티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우등생 배지는 더이상 국영수에 능한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사회에 진입하는 통로도 국영수로 상징되는 학교성적만이 보장해주던 시대는 끝났다.

현재 조일공고 멀티미디어 컴퓨터반은 1학년 19명, 2학년 12명, 3학년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조일공고 신입생이면 누구나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실력까지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가진 것이라고는 관심밖에 없던 신입생들도 2학년만 되면 포토숍, 일러스트레이트,디렉터,드림위버와 플레시를 이용한 홈페이지 제작에 '도사'가 된다. 방과 후 매일 서너 시간씩 자율학습에 몰두한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각종 전국 경진대회에서 대상만 세 차례, 금상, 은상, 동상을 십여차례 거머쥐었다. 이들에게 방과후 '학생지도'라는 말은 쓸모가 없다.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옆에서 조언해주니 곁눈질을 않는다. 곁눈질 할 마음도, 시간도 없다. 올해 멀티미디어 컴퓨터반을 졸업한 선배들은 모두 경운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진학을 포기한 학생은 잘나가는 벤처맨이 돼 있다. 요즘 멀티미디어반 학생들은 대구시 동구청의 홍보용 CD를 제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교생의 눈으로 본 젊은 동구청 CD가 기대된다.

曺斗鎭기자 earf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