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준농림지 폐지 현장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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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농림지 폐지조치 발표 이후 3, 4일만에 농지전용 허가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준농림지역 매물이 쏟아지는 반면 거래는 뚝 끊겼다. 기존 준농림지를 확보한 사람들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또 기존 아파트 가격은 급상승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실패한 정책' 때문에 국민들만 골탕먹는 꼴이다.

▨주민들 표정

농촌지역에 준농림지를 보유한 농민들은 음식점과 러브호텔 등으로 개발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실망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94년 준농림 지역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부터 음식점과 여관 등이 들어서기 시작, 눈치빠른 부동산업자들과 도시인들이 몰리면서 여관과 식당 등 수백여개가 들어선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와 인접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팔공산 일대준농림지 폐지 소식을 전해들은 이 일대 주민들은 처음엔 그 의미를 잘 몰라 긴가민가 하다가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미 신축된 식당 및 여관의 소유주 70% 정도는 재력 있는 대구 사람들로 돈있는 사람들은 이미 준농림지 제도 혜택을 보고 개발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 눈치 저 눈치보다 뒤늦게 개발하려 하니까 이제와서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동명면 기성리 일대 업소 번영회회장을 맡고 있는 류태현(42)씨는 "기성리 일대는 그린벨트, 공원보호구역 등 수십년째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묶여 주민들은 재산권 피해 의식이많은데, 그나마 위안이 돼왔던 준농림지 제도를 폐지한다면 어느 농민이 땅에 대한 애착을 갖겠느냐"고 푸념했다.

일부 농민들은 벌써부터 내년 하반기에 예상되고 있는 관련법 개정에 앞서 아예 매각, 처분하기 위해 개발업자를 찾거나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동명면 득명리 김오근(53)씨는 "마을 주변 대부분이 다락 논이어서 농사와는 거리가 멀고 이를 개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죽은 땅인데, 준농림지 폐지 발표후 뜸하게 있던 땅 거래 마저 완전 끊겼다"고 했다.

칠곡군 동명면 남원1리 김영권(56)씨는 "일대 지주들이 준농림지를 서둘러 개발하거나 땅값이 내리기전에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산면 다부리 파이프 행거 제조업체인 (주)경일의 석판태 사장은 "향후 예상되는 준농림지의 땅 값 하락이 기존 공장 용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농지전용 허가건수 급증

2일 군청의 농지 관련 및 부동산 관리 담당 부서에는 준농림지 제도 폐지에 대한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 직원은 "민원인 대부분은 준농림지 제도 폐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법이 시행되는 내년 이전에 준농림지를 서둘러 개발하기 위한 허가절차 등을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이틀동안 칠곡군의 농지 전용 허가 건수가 종전 하루 4건 정도이던 것이 17건으로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시·군마다 농지전용 허가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법 시행까지는 적어도 3~4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기간내 건물을 지어야 시세차익도 남길 수 있고 가격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칠곡군은 준농림지역에 중소기업체와 아파트 유치, 위락 시설 단지 개발 등으로 지역 발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군은 향후 개발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물 많지만 거래는 미미

준농림지제도 폐지 발표후 농지매매가 주춤하고 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개발 가능한 준농림지역의 땅 값이 상승세를 보여 왔으나 정부의 규제 조치가 발표되면서 청도군의 경우 평당 30만원이상 하던 땅 값이 15%가량 값이 떨어진25만원에도 거래 되지않는다는 것.

준농림지에 투기 목적으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도시사람이 땅을 팔겠다는 사람은 늘고 있으나 전혀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도군 부동산소개소 김모(48·청도군 각북면)씨에 따르면 하루 20여건씩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ㄱ부동산소개소 박모(53·경산시 하양읍)씨는 "준농림지 폐지안 발표이 후 농민들의 개발계획 실행 여부 등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전에 매물로 내놓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준농림지 매입자의 고민

준농림지를 비싼값에 매입해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했던 사업자들 역시 법개정전에 사업을 서두를 것인가, 아니면 땅 값이 떨어지기 전에 매각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차량진입이 가능한 도로 인접의 500평 전후 준농림지는 소규모 전원주택 건립이 가능해 제도 폐지 발표에도 불구, 오히려 거래가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또 단지형 전원주택은 위치와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상당폭의 가격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건축업자 김모(40·경산시 중방동)씨는 "1년전 여관을 짓기 위해 준농림지 4천평을 평당 20만원을 주고 매입했으나 자금이 달려 여관 신축을 미뤄 오던차에 준농림지 개발 제한책이 발표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에 놓여 있다"고 털어 놨다.

이처럼 법개정 시점까지는 각종 아파트건설 등 개발사업이 다소 활기를 띌것으로 보이나 개정 이후에는 건설업체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경기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ㅅ주택 대표 박모(53)씨는 "앞으로 준농림지와 준도시지역은 새로운 용도로 변경되기 전에는 사실상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분양 영향

준농림지 규제 발표후 첫 분양한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우방메트로폴리스(3천200세대)가 예상 이상으로 높은 청약률을 보이자 회사 측은 준농림지 폐지조치 때문으로 분석하는 등 아파트 청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

부동산업계에서는 준농림지 개발 제한으로 아파트 건립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공급량이 줄어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산시 서부동 부동산중개인 이모(61)씨는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한정돼 있는데 준농림지에 건축이 제한되면 주택 공급량이 달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칫 집없는 서민들의 내집갖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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