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하-돈으로 해외탈출한 중죄수

징역 15년이 선고된 피고인의 해외탈출 사건은 황금만능세태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 준 마치 마피아영화를 보는 것 같다.

3천9백억원의 금융사기범인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후 2억원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 그 변호사를 '탈출도구'로 활용함으로써 그의 치밀한 범행은 시작된다. 구속 피고인이 불구속상태가 되는 '난치병 고혈압 환자'로 조작하는데는 돈으로 매수한 교도소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했고 병원이송후 그를 지키는 사설경호원을 따돌리는데도 돈이면 해결된 셈이다. 병원 탈출후 5개월동안 감시 경관을 돈으로 아예 정보원으로 활용했고 돈을 받고 여행사 대표가 만들어준 위조여권으로 배편으로 중국 대련(大連)으로 가는데 성공했다. 그에서 끝난게 아니라 중국현지에서 국내인을 교묘히 조종, 64억원의 금융사기에 성공했다니 이게 법치국가에서 있을수 있는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변호사.의사.경찰관.여행사대표.은행원.사설경호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5백만원에서 2억원을 주며 그 많은 단계를 뚫고 사기한 돈으로 중국에서 두 아들과 함께 부유하게 살고 있다니 이건 '유전무죄'가 아니라 돈이면 안되는게 없는 세상임을 그가 입증한 셈이됐다. 그의 변호사는 범죄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면서 하는 말이 "배고픈 변호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변호사들의 타락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이 대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한해 수백명씩 곧 1천여명씩 양산될 변호사들의 '직업윤리'는 벌써부터 논란돼오던 문제였다. 이번 사건이 그 많은 변호사들중 상당수가 이렇게 타락할 수 있음을 예견한것이나 다름없다. 배고픈 저질변호사와 범죄가 연결되면 가공의 범죄가 나타날건 불보듯 뻔한 이치이다. 우선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계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두번째는 전의원 박병일씨의 대법원 실형선고 전날 미국 도주, 고속철 로비스트 최만석씨의 국외 탈출 등에서 이미 불구속피고인 또는 형집행 정지절차와 그에 따른 신병관리등 종합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모방범죄는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사건이 못 박은 것이다. 법원과 검찰이 관할 싸움을 할 때도 아니고 경찰에 일임할 문제만도 아니다. 법원의 불구속재판은 인권신장 측면에서 갈수록 늘어날 추세이기에 그에 따른 신병관리문제도 엄격해야 법의 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나 법망엔 돈으로 뚫릴 구멍이 너무 많다는 걸 깨우쳐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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