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창석 소설책 두권 동시 발간

소설가 엄창석씨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을 동시에 펴냈다. 오래 별러온 장편 '어린 연금술사'와 단편집 '황금색 발톱'. 막 인쇄된 두 권의 소설을 민음사로부터 받아쥔 그는 후련할 것이라는 당초 생각과 달리 "기분이 영 그렇다"며 운을 뗐다. "나름대로 열심히 썼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마음 한 구석에선 불안감마저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년여를 치밀하게 준비한 단편집도 그렇지만, 92년 '태를 기른 형제들' 이후 두 번째로 낸 이번 장편에 거는 그의 기대는 크다. 자신의 역량을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시킬 수 있는 승부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일까.

'어린 연금술사'는 유년시절의 자잘한 기억을 구슬꿰듯 연결해 마치 커다란 삽화가 실린 그림책을 펼쳐 보이듯 만들어낸 작품. 이야기 자체는 순전히 허구다.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잠재의식 속 흐릿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또렷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려주는 솜씨는 그의 문학적 역량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열한 살 난 바닷가 시골아이 '나'의 호기심많은 눈에 비친 삶의 원형질들을 풀어낸다. 아름다움과 성(性), 가난과 부유함, 출산, 교미, 사랑, 신, 선과 악 등 그 또래에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시간과 상징이라는 프리즘에 투과시켜 유년이 가르쳐준 삶이 무엇인지를 환유시킨다.

단편집 '황금색 발톱'은 공들인 문체만큼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시각이 독특한 작품집이다. 자본주의 시대 갖가지 문제 의식과 현상을 작가 나름의 어법으로 풀어낸 단편들을 '후기 자본주의 서설'이라는 주제하에 함께 묶었다.

성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 '색칠하는 여자', 새로운 지배의 방식을 알레고리 형태로 들여다 본 '합창', 현대라는 시대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 구조 자체를 형상화한 표제작 '황금색 발톱' 등의 작품에서 소설이라는 칼로 자본주의를 해부하려는 의욕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가 달성 우록에 단칸방을 빌려 글쓰기에 몰두해온지도 6개월. 유행병처럼 소설 문학계를 휩쓸고 있는 여성취향의 글쓰기에 못내 불만을 터뜨려온 그는 이번 소설출간을 계기로 소설쓰기의 흐름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기를 기대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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