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민족 進運의 초석되기를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 55년만에 마침내 만났다. 지난 반세기동안 민족을 짓눌러 온 분단의 장벽을 넘어 남과 북의 최고 책임자가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것은 그것만으로도 민족사적 대사건이다.

더구나 이 만남이 남과 북이 지금까지의 반목과 질시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걸음인만큼 7천만 겨레가 느끼는 감회 또한 비할바 없이 새롭다. 우리는 남북 정상의 이번 만남이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한반도 해빙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며 민족통일의 첫걸음 되기를 염원한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산가족 문제를 깨끗이 매듭짓는 '해결의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걸음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와 평화정착에 대한 공동선언이 결실 되기를 희망한다.

현실적으로 남과 북은 지난 55년간 같은 민족이면서도 말과 사고에서부터 생활 양식까지 동떨어지게 살아왔다. 2~3일간의 짧은 해후로 그동안의 괴리를 건너 뛰기에는 너무 벅차다. 때문에 우리는 두 정상이 한번 만남으로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 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요 남북관계의 진일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양측 모두 많은 것을 얻어내기위해 회담을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기보다 2차, 3차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을 열어 대화의 물꼬를 계속 터 나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무엇보다 개인적인 공명심이나 정권 차원에서 남북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를 바란다자신의 임기중에 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겠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통일의 초석을 한장 한장 쌓아 올리는 심정으로 남북 문제에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김 대통령이 방북하면서 대(對) 국민 인사에서 거론했듯이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분한 머리로" 남북 관계를 밀고 나가기 바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제는 북한의 폐쇄된 울타리를 걷어내고 국제사회에 동참할 것을 권고한다.

또 진정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남한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서울을 답방(答訪)하기 바란다.

이제 통일을 향한 대 장정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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