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의 공동선언 해설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5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 도착 인사말을 통해 6.15 공동선언 5개 합의사항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에 대해 직접 '해설', 국민들의 궁금증을 상당히 풀어줬다.다음은 6.15 선언 각 합의사항에 대한 김 대통령의 설명이다.

쭓'자주적 해결'=김 대통령은 일부에서 문제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는 이 용어를 북한의 요구대로 공동선언에 포함시켜주면서 대신 제2항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등 나머지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이끌어내는 협상전략을 사용했음을 비쳤다.

김 대통령은 "옛날과 똑같이 자주, 평화, 민족 등 원칙만 얘기했다간 세계가 실망할 것이니 2항부터는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내놓자고 (김 위원장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김 대통령의 설명에 비춰보면, 김 위원장이 "'자주 해결'이라는 말은 7.4 남북공동성명에도 있는 것"이라며 선언문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 데 대해 김 대통령은 '자주 해결은 당연한 말이지만 7.4 성명이후 28년동안 아무 것도 안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화해.불가침.교류협력을 선언했으나 성과가 없었으며 대원칙을 주장한 7.4성명과 구체적 방안을 주장한 합의서가 다 효과가 없으니 이제는 아주 구체적으로 손에 쥔 것부터 실천을 하자고 김 위원장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쭓'낮은 단계의 연방제'=김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통일방법론인 '연합제'와 북한의 통일방법론인 '연방제'의 차이점을 '중앙정부의 존재와 권한 유무' 관점에서 풀이한 뒤 북한이 연방제의 비현실성을 인식, 사실상 연합제를 수용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연합'에 대해 "현재의 '2체제 2정부'를 그대로 두고 양쪽에서 수뇌회의, 각료(장관)회의, 국회 회의를 구성, 합의기관으로 만들어 차츰차츰 모든문제를 풀자는 것"이라면서 반면 북한의 연방제는 "처음부터 중앙정부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다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남북연합제는 중앙정부 없이 남북 두 정부가 각각의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가진 채 양자간 문제를 논의.합의처리하기 위한 각급 회의체를 설치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연방제는) 전혀 이행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근자에 북도 이점을 인식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가 (존재하되) 외교권과군 통수권을 갖지 않고 지방정부가 그대로 유지하는 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 중앙정부는 사실상 형식적"이라고 덧붙였다.

쭓이산가족 교환방문=김 대통령은 이 항목에 북한이 주장하는 '비전향 장기수' 문제도 포함돼 있어 일부에서 논란거리로 삼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이 조항) 해석에선 어디까지나 실향민, 이산가족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오늘도 공항에 나오면서 다시 김 위원장에게 '8.15까지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통크게 한번 하시오. 그러면 여러분이 말하는 장기수 문제도 내가 국민과 상의해 보겠소. 먼저 잘하시오'라고 얘기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소개함으로써 '선(先)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김 위원장에게 다짐받았음을 밝혔다.김 대통령은 이어 "승용차안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 가는 즉시 적십자사측에 요청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6월부터 적십자사가 곧 가동될 것"이라고 말해 이산가족 문제를 급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교환방문단 규모와 관련, 김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상봉.결합의 범위를 단언할 수 없으나 상당한 규모에서 시작될 것이 틀림없으며, 이를 북과 합의했다"고 밝혀 이번의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규모가 기왕에 있었던 수백명 단위보다 클 뿐 아니라 특히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쭓경제협력 활성화와 당국간 대화=김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에선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직접 인용하는 형식은 취하지 않았으나, 남북간 경제협력의 필요성과 효과를 열정적으로 설명해 김 위원장에게도 같은 논리와 어조를 동원해 설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대통령은 우선 "왜 우리는 기차가 런던이나 파리로 못 가느냐. 경의선과 경원선이 끊겼기 때문 아니냐. 만주에선 자유롭게 간다. 경의선은 25km만 이으면 곧바로 갈 수 있고 물류비용을 30%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북과 합의되면 유럽과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일간 해저터널을 뚫으면 새로운 '철(鐵)의 실크로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김 대통령은 특히 "대북경협의 철칙은 남북 양측에 다 좋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전면적으로 (교류.협력을) 하자는 데 합의했으며 남북이 임명한 당국자들이 구체적인 일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쭓김정일위원장 서울 방문=김 대통령은 이 대목에선 "합의를 보는 데 좀 힘들었다"고 말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남북정상회담의 난제였음을 시사했다.

김 대통령은 6.15선언에 대한 본격적 '해설'에 앞서 인사말 서두에서도 "회담과정에서 때로는 절망적인 생각을 가진 적이 몇번 있었으나 성의껏 노력하고 김 위원장도 상당히 협력해 우리가 (국민에게) 바친 정도의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해 정상회담이 서울 답방 문제외에도 몇차례 고비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결국 김 위원장이 우리와 '합의된 시일안'에 서울을 방문키로 결심했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에 대해 이미 남북간에 어느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김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데 동원한 논리는 "당신이 서울에 와야 민족과 세계사람들이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저거 1회성 아니냐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다' '동방예의지국'등의 말을 한 점을 지적, "김 위원장은 동방예의지국의 예의를 굉장히 숭상하는데 내가 나이가 십수살 위이고 노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김 위원장이 서울에) 안 온다면 되겠느냐고 농담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이러한 '해설'을 마치면서 "더이상 전쟁은 없다. 한민족이 반드시 같이 공존공영해 21세기에 손잡고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어보자. 4대국은 이제 제국주의가 아니라 우리의 시장이다"고 역설, 국내에서 국민들에게 강조했던 논리를 김 위원장에게 그대로 설파했음을 시사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인사말 서두에서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자며 내말의 요지를 문서로 전달했다"고 설명, 시간때문에 못다한 심중의 남북간 공존공영의 열정을 북에 문서로 남기고 왔음을 밝혔다.

또 김 대통령은 "핵도 미사일도 얘기했고 주한미군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도 나왔다"며 "대화는 매우 유익했고, 그중에 아주 좋은 전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일도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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