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 전향적 입장속 문제점 지적

한나라당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등과 관련, 입장 정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회창 총재가 남북 관계에 대해 모종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이를 위해 부설 연구소인 여의도 연구소는 물론 당내 정책위와 남북관계 특위 등 각종 '싱크 탱크'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16일엔 총재단과 주요 당직자 회의를 잇따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한나라당은 남북관계 진전 분위기에 대해 근본적으론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냉전 사각지대로 인식됐던 한반도가 평화노력의 상징 지역으로 재인식됐다"는 점을 성과로 인정했다.

그러나 입장을 표명하기까지는 내부적으로 고심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란 우려에 휩싸여 있으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표명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실제로 이 총재 측근들은 "총재실 주변엔 야당이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는 분위기 탓에 찬 바람이 불 정도"라며 "뾰족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 놨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당내에선 남북 합의문 등의 문제점을 부각시키자는 쪽과 전향적인 제안을 하자는 쪽으로 갈리고 있어 이 총재는 양측을 절충하는 선에서 당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전향론은 현재의 국민 정서상 비판론으로 치중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협 문제의 경우 북한에 중소기업 공단을 조성함으로써 섬유업계 등의 대북 투자를 적극 유도하거나 수입의존 농산물 등을 계약 재배하는 식의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남북관계 급변 조짐에 따른 보수층의 불안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권 대변인이 "공동 합의문에는 국민적 합의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할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밝힌 데서도 엿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합의문중 '자주적 통일'이나 '연합-연방제' 부분은 주한 미군 철수 요구와 보안법 폐지, 궁극적으론 체제논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 문제만 합의돼 있지 국군포로나 납북인사 송환 문제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했다. 대북 투자문제 역시 대기업 등 민간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식으로 이뤄질 경우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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