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직장인 박철우(46)씨에겐 요즘 짜증거리가 또 하나 더 생겼다. 의사들의 진료 중단 집단 폐.파업으로 가뜩이나 심기가 뒤틀린 마당에, 의료보험료 마저 더 오른다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 의료보험도 국민건강과 사회보장을 위해 있는 것일텐데, 어째서 가입자는 간곳 없고 정부가 제맘대로 떡갈라 주듯 하려는 것인가? 그럼 국민들은 뭔가,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차던지는 공에 불과한 것인가? 분통이 터진다.

자꾸만 늘어나는 의보료 부담. 의보 통합을 목전에 둔 정부의 의보료 추가 인상 방침에 직장인들은 "통합이 뭐길래 얄팍한 월급 봉투를 또 축내려 하느냐"고 한맺혀 한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률은 28% 정도에 불과한 판국에 툭하면 유리알 월급봉투나 봉으로 삼는가?"… 은행원 김준기(42)씨는 재벌과 정치인, 의사, 변호사들의 공공연한 탈세 보도를 접할 때마다 차라리 허탈에 빠져 버린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의약분업에 합의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추가 부담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었다. 그 이후에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부담 증가는 없다"고 여러번 강조해 왔다.

그래 놓고는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을 불과 보름 앞둔 며칠 전, 의보수가 인상 때문에 보험료를 또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보 통합으로 직장인의 43%인 216만명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마당이니, 월급쟁이만 죽자고 겹치기 부담을 또 안아야 하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병의원의 총 진료비 인상으로 본인 부담금까지 오르게 생겼다.

지역의보에 가입된 일반 서민들도 마찬가지. 지난 한해동안 평균 30% 이상이나 의보료가 인상되었지만, 지금 재정상태라면 적어도 지난해 수준의 추가 인상이 올해도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이다.

지난해 말 현재 지역의보 누적 적립금은 불과 3천776억원 수준. 겨우 한달치 급여비에 지나지 않는 액수이다. 의약분업 등 때문에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재정 소요를 감당하려면 의보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의보재정이 바닥난 이유는 이렇다. 그 탄탄하던 직장조합 재정은 관리 잘못으로 바닥이 드러나 버렸다. IMF 관리체제 이전 몇해 동안 의료 과소비가 한해 20%씩 늘어났다니, 적립금이 남아 날리 없었던 것이다.

지역조합은 정부가 국고를 지원해 주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시행을 앞두고 보험료의 50%를 지원키로 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정부의 지원 약속이 공염불이 되면서, 그부담은 고스란히 가입자들이 떠안아 왔다는 주장이다.

부담이 느는 만큼 나아지는게 있다면 또 모른다. 자신이 낸 보험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라도 하면 답답하기라도 덜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세금내듯 보험료를 내고, 혜택은 주는대로 받았다. 이게 무슨 의료보험인가? 어차피 시민이 내는 보험료로 유지되는 사회보험이라면,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라도 있어야 할게 아닌가.

통합의보 공단이 출범하면 의보 운영방식이 우선 바뀐다. 직장조합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면서 정부의 비중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재정지원에는 여전히 뒷짐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재정 충당을 다각화하는 방안이라도 검토해 봐야 도리일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담배세.주세 등을 목적세로 바꾸거나 추가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한다면 조세저항 같이 돼 버린 의보료 반발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趙珦來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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