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 출두한 사람을 무조건 감싸고 불법행위를 합리화 시키려는 위선적 정치인의 행태에 분노를 느낍니다. 정말 국민은 이렇게 무시 당해도 되는 존재입니까?"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서리와 일부 여당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를 비난하는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29일 열린 청문회를 지켜본 독일 국민들의 심정.
이날 콜 전총리는 '적절치 않은 선거자금'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받은 것은 시인하면서도 뇌물 의혹은 강력히 부인하고, 오히려 의회가 자신의 명성을 훼손하는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경(輕)탱크 사우디아라비아 수출과 옛동독 정유업체 로이나의 민영화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일체의 뇌물이나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진실을 파헤치지 못한 채 3시간만에 연기됐다. "청문회 위원으로 참여한 기민당(CDU) 일부 의원들이 예상 질문을 은밀히 콜 총리에게 사전 브리핑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불법은 아니지만 청문회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정부 특별조사관의 발표는 독일 국민들을 더욱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1998년 정권교체 직전 총리실 컴퓨터에서 120만장 분량의 엄청난 서류가 조직적으로 파기된 사실을 확인한 것. "비리 심증이 가도 물증은 없게 만들자"는 속셈이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국회가 총리 임명에 동의해 준 한국과는 다를 전망이다. 독일의회가 결코 만만찮을 뿐 아니라 검찰까지 신용법 위반 혐의로 콜을 기소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독일 통일의 영웅'은 최고 5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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