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의 턱에 올라선 소설가 서정인씨와 이문구씨가 나란히 신작 소설을 펴냈다.서정인씨가 중편소설 '말뚝'을 작가정신에서 냈고, 이문구씨가 '유자소전'이후 7년만에 신작 소설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사팔뜨기' '거푸집' '용병대장' 등 그동안 작가 서씨가 문예지에 발표해온 르네상스 탐문 시리즈의 완결편인 '말뚝'은 부패한 교회와 싸우다가 화형을 당한 수사(修士)의 이야기다. 작가는 한 양심적인 수사의 죽음을 통해 14·15세기 이태리 르네상스 시대의 성과 권력, 예술의 타락상을 풍자한다. 소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중세 이태리 문예부흥기를 새롭게 성찰한 이 작품은 르네상스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캐묻고 있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교회와 귀족, 용병의 타락상을 뒤쫓고 있으며 당시 문예부흥의 배경과 한계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를 통해 르네상스의 어둠과 진실을 짚어보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먼 나라의 숨겨진 진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혼돈과 타락의 어둠속에 가려진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끊임없이 순교자의 출현을 강요하는 오늘날의 왜곡된 현실까지도 꼬집는 사회비판의식이 작품속에 내재되어 있다.
이문구씨의 신작 소설집에는 8편의 '나무' 연작 단편들이 실려 있다.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90년대 농촌 풍경과 사람살이를 걸쭉한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다.
각 소설을 구성하는 등장인물들은 생활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갑남을녀들이다. 부녀회장, 동네 사건반장, 은퇴 공무원, 농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노인, 불합리한 농지정책과 자식들의 외면에 목매 자살한 노인 등…. 수더분하면서도 고집스럽고, 학식은 짧지만 제반 일상사에서 '경우 하나는 깍듯하게 바른' 그들이 벌이는 어깃장과 대거리의 입씨름판은 우리네 농촌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담아낸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통해 IMF시대의 세태 풍경과 도시인들의 건강식품 공급지로 전락한 농촌의 모습, 변해가는 농촌 인심을 보여준다. 유려한 토박이말과 생생한 입말, 막힘없이 유장한 문장이 독서포인트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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