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29일의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상호교환과 비전향 장기수 북한 송환 및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 합의했다는 것은 남북 대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음을 뜻한다. 북한은 28일의 남북적십자 1차회담에서 먼저(先)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하고 후(後)이산가족 교환을 주장, 회담이 까다로워질 분위기였다.
그러나 북한이 2차 회담에서 예상을 깨고 우리측 주장을 받아들여 8.15에 이산가족 방문단을 상호교환하고 9월초에 비전향장기수 송환원칙에 동의함으로써 회담이 쉽사리 풀리게된 것이다. 북한측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 동의한 것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1회성의 이벤트쯤으로 인식하던 종전과는 달리 정례적인 행사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 양측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자신의 주장을 일부분 양보하는 수정안을 제시, 합의점에 이르는 성숙된 자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지금까지 걸핏하면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해오던 북한측인 만큼 이처럼 진지하게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접근하는 모습으로 미루어 6.15남북공동선언의 근본 정신인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화해협력'이 반드시 이룩되리라는 기대감마저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극적으로 타결된 적십자 회담에 기대를 하면서도 여기서 한두가지 문제점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이 "국군 포로는 없다"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대표단은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국군 포로와 납북자 송환문제는 거론도 못한 채 "남이나 북으로 서로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모두 가도록 하자"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은 참으로 불만스럽다.
납북자 가족들이 "죽기전에 아버지 손 한번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아버지를 돌려달라는 탄원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이 마당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는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회담에 기대한다"는 식의 눈치보기식 발언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비전향 장기수 문제는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와 연계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산가족 문제와 비전향 장기수 문제가 뒤얽히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유야무야로 넘기고 있는 것은 정부로서 지켜야할 본분과 도리를 망각한 처사라 할만하다.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처하려는 당국의 처사를 이해는 한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회담은 끝내 깨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유념, 주장할 것은 당당히 주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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