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를 이끌어 갈 대법관 후보 6명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사자들은 2일 긴장된 표정으로 막판 청문회 준비에 매달렸다.
그러나 대법관 후보들은 한결같이 정치권의 진흙싸움과는 관계없이 특위 위원들이 질문하는대로 그동안 살아온 역정과 향후 사법부의 비전 등에 관해 성심껏 답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재윤(朴在允)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아침 평소 다니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본 뒤 하루종일 자택에 머물면서 청문회에 대비했다.
미국 대법관 인사청문회 속기록을 입수해 보기도 했다는 그는 "판결이라는 것은 항상 지는 쪽이 있으므로 불만을 품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며 혹시나 예상치 못한 제보내용에 근거한 질문이 나올 것을 염려하는 표정이었다.
토요일인 전날 서울로 올라온 이강국(李康國) 대전지법원장은 이날 서울 자택에서 며칠전에 있었던 이한동(李漢東) 총리 인사청문회를 녹화한 비디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23일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이규홍(李揆弘) 제주지법원장은 휴일중 제주관사에 머물면서 주요 판결내용을 검토하는 등 청문회 준비에 매달렸다.
법원장실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국회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재판에 직접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 틈틈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법관 후보들의 청문회 준비를 도와주면서 자신도 청문회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인 손지열(孫智烈) 법원행정처 차장은 "긴장이 된다"면서 "최선을 다해 청문회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재야에서 유일하게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배기원(裵淇源) 변호사는 청문회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수임한 사건을 정리하는 데 더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문회 하루전인 오는 5일께 상경할 예정인 배 변호사는 "살아온 게 뻔해서 그 범위내에서 질문이 나올 것이고 아는대로 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대법관 후보가 되기전까지 맡고 있던 100여건의 사건 중 아직 진행중인 30∼40건은 의뢰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수임계약을 해지했고 거의 종결된 나머지 사건은 다른 변호사들에게 인계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주요타깃으로 꼽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신욱(姜信旭) 서울고검장은 이날 아침 등산을 한 뒤 문제가 되고 있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에 관한 공소장을 다시 챙겨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91년 서울지검 강력부장 재직시절 유서대필 사건을 맡았던 강 고검장은 "한점 부끄럼 없이 사건을 처리했는데 자꾸 이상한 시각으로 봐 곤혹스럽다"며 "사법부가 유죄판결을 내린 것이 사건처리의 적정성을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그는 또 "검찰이 유서대필사건 재판진행 과정에서 유서감정을 담당했던 국과수직원을 다른 문서감정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게 유서감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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