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熱帶夜

지금 40, 50대 중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쯤인 30~40년전만해도 한 여름의 밤하늘은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마당 한 모퉁이에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앉아 옥수수랑 감자랑 먹다 어른들 무릎 베개 배고 누워 쳐다보던 그 찬란한 밤하늘의 별자리들-. 1천억개의 별이 모였다는 미리내(은하수)와 북극성, 7월7석이면 1년에 한번 만난다는 독수리좌(座)의 견우성과 거문고좌의 직녀성, 카시오피아, 페가수스, 오리온, 전갈좌 등등 한 여름밤의 별자리는 참으로 현란했다. 그리고 이 별자리가 던지는 꿈이 있었기에 가난하게 살던 그때의 조무래기들은 여름밤이 무덥지만은 않았던 것만 같다.

불볕 더위속에 열대야(熱帶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강릉에서 열대야 현상이 시작되더니 대구도 지난 2일에 이어 3일밤 자정의 기온이 26.3℃를 기록, 전형적인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쪼들리는 가계부에다 의료대란이다, 금융대란이다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판에 열대야 현상까지 겹쳐서 한 밤중에도 끈적끈적 땀이 흐르니 불쾌지수가 여간 높아지는 게 아니다. 이럴때 선뜻 마당에다 평상이라도 깔고 밤 하늘의 별자리라도 세고 싶은 심경이지만 변변찮은 아파트 살이에 그도 마땅치 않으니 참 답답하다.

기상청은 '장마가 주춤한 사이 기온이 급상승한데다 주름이 짙게 끼면서 대기중으로 열을 방출못한 탓에' 열대야 현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인체가 잠자기 적당한 온도는 18~20℃인데 이보다 높은 25℃이상이 되면 중추신경이 흥분, 잠자기 어렵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요즘 같은 때엔 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또 밤에는 많은 물을 마시지 말고 담배, 커피, 술, 초콜릿, 탄산음료 등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관리해서 활기차게 이겨내는 것도 생활의 슬기 아닐까. 어렵더라도 이번 주말쯤엔 어디 가까운 야외라도 찾아 밤하늘의 별자리를 헤어보는 여유를 가지시면 어떠실는지-.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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