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파업' 핵심쟁점

정부는 6일 금융산업노조가 주장하는 독일식 은행자본주의 도입, 금융지주회사제도 반대, 부분예금보장제도 연기 등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의 이런 반응은 은행합병에 따른 인원감축.조직축소를 초기단계에서 차단한다는데 1차적 목표를 갖고 있는 금융노조가 마치 금융산업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막강한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종구(李鍾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금융개혁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다"면서 "은행자본주의는 은행이 기업을 소유하는 형태여서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망하는만큼 우리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지주회사 방식은 직접 합병에 비해 인원.점포 축소요인이 당장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구조조정 방안"이라면서 "이 제도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주주, 경영진, 종업원 등이 시장의 필요에 따라 결정하게된다"고 말했다.

◆독일식 금융체제 도입

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 대신 독일식 금융체제인 은행자본주의 도입을 제안했다. 은행자본주의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체인 은행이 기업을 소유하고 거느리는 형태다.

독일식 은행자본주의가 은행의 자본기반 강화, 은행주도의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추진, 오너 경영의 폐해 불식, 복합경영, 장기적 전망에 의한 기업경영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견해로 보고 있다. 은행자본주의는△금융과 기업이 결합하는데 따른 경제력 집중 심화의 문제가 발생하고 △기업의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될 위험이 크며 △은행과 기업의 암묵적이고 배타적인 연계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독일의 경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식 자본주의로 이행하자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은행이 재벌에의해 지배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은행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도 견제와 균형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종구 금융정책국장은 "금융노조의 주장은 결국 은행의 경영에 노조가 참여하겠다는 의도"라면서 "독일의 경우 전후에 산업자본이 축적되지 못하고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산업자본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협조하고 감시하는 체제가 역사적으로 진보된 형태라는게 일반적 평가"라면서 "은행자본주의는 기업이 망하면 은행도 망하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 반대

금융노조는 금융지주회사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없으며 이 제도 도입 명분도 약하고 부실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위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다 △자산규모가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대외신인도 역시 상승하며 △정보기술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지주회사 방식은 자회사의 부실과 리스크를 다른 계열사에 전이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다 자회사간 업무재편을 통해 중복부문을 해소하고 전문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공적자금 투입은행도 클린뱅크로 전환되는 것을 전제로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만큼 금융노조의 우려대로 부실금융기관의 집합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용로(尹庸老)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은 "이런 효과 때문에 미국의 경우 예금보험제도 가맹은행의 95%가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이며 도이치은행.스위스은행.드레스드너은행 등 세계 30위 이내 은행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금부분보장제도 연기

금융노조는 원리금 2천만원까지만 보장하는 이 제도의 시행을 3년간 연장하자는주장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를 수용할 경우 예금자와 금융기관이 예금보험제도를 악용해 고금리 수신에만 매달리는 도덕적 해이가 지속되고 경쟁력 제고 노력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기 극복의 마무리 단계에서 도입되는 이 제도는 금융산업의 체질개선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도를 2천만원 이상으로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받아들일 수없다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이 한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기준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배와 선진국의 실례를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한도내의 예금자가 은행 97.8%, 금고 91.4%, 신협 91.9%, 종금 39.8% 등이어서 금융시장에 대한 큰 충격없이 정착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치금융 중단

금융산업 노조는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조성을 은행에 요구함으로써 은행의 부실을 확대하는 등 관치금융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정부가 은행의 시장안정 역할을 강조한 것은 관치금융으로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은행이 일부기업 도산, 은행 부실채권 확대, 대출위축, 국민경제 피해 등으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방치해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을 경우 그피해는 은행은 물론이고 국민전체에게로 돌아간다는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윤용로 은행제도과장은 "금융시장이 붕괴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가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수수방관하는 자세야말로 국민들이 용서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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