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시아 '굶어 죽느니 도둑질'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전하는 외신들이 속속 세계로 전달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전기선을 끊어 파는가 하면, 과학자들이 드디어 배고픔을 호소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전선.레일 끊어가기 극성

쭛…해마다 러시아에서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룰렛게임'을 연출하고 있다. 고철로 팔 수 있는 금속을 얻기 위해 고압선에 기어 올라 가거나 철도를 따라 땅을 파헤치는 짓이 그것.

전선.전화선.철도레일.공항장비 등을 훔치는 행위로 해마다 수백명이 감전돼 목숨을 잃는다. 또 그 때문에 온 도시가 정전으로 암흑 세계가 되거나, 열차가 연착하거나,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AP통신이 전한 현장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들 도둑의 대다수는 실직자들. 나머지는 가난한 집안의 10대 청소년들이다. 이달 초 도둑들은 러시아 극동 도시 콤소몰스크에서 공항의 활주로를 못쓰게 만들었다. 조명 장치들을 뜯어간 것. 그 며칠후, 약 1천200m의 전화선이 이웃 솔네흐니 지구에서 도난 당했다. 훨씬 잘 사는 모스크바에서도 지난해 몇차례나 전화 업무가 중단됐다. 도둑들이 전화선을 절단해 갔기 때문.

공동묘지도 묘비의 금속판을 찾아 헤메는 인간 불가사리들에 의해 더렵혀지고 있다. 동상도 마찬가지. 지난 2월에는 모스크바 시내 한 공원에 세워져있던 청둥오리 동상들이 희생됐다. 도둑들은 어미 청둥오리와 그 뒤를 쫓아 다니는 새끼 2마리의 다리 부분을 절단해 갔다.

"탱크 바퀴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씌어진 모스크바 시내 한 고철 수집상 간판이 증언하듯, 사람들은 온갖 것을 고철 수집상에게 가져 간다. 인간 불가사리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표물들 중 하나는 러시아의 전기 그리드. 이 에너지 시스템에 대해 작년 중 가해진 절도 사례는 공식 집계만해도 2만750건, 절단된 부분의 무게만도 1만1천여t에 달했다.

◈과학자들 배고파 거리로

쭛…최고의 지성으로 간주돼 온 러시아 과학자들이 지난 4일 저임금과 연구비 삭감에 항의해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바에서만 300여명의 과학자들이 거리로 나서서 연명 수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서쪽의 페테르부르크에부터 극동의 블라디보스톡에 이르기까지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AFP통신이 파악한 바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봉급을 월 50달러도 채 못받는다. 또 소련 붕괴 전까지는 매년 GDP의 2.5%가 과학부문에 투자됐으나, 지금은 0.25%에 불과하다. 이 액수는 "사냥이나 낚시에 투자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덕분에 과학 종사자도 종전의 200만명에서 80만명으로 줄었으며, 최소 3만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계됐다. 지구과학연구소 스트라호프 소장은 "15년 전만 해도 전세계 과학자의 4분의1이 러시아어를 말했지만, 지금은 5%도 채 안된다"고 했다.

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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