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수원관리 '안하나 못하나'

9일 새벽2시 상수원보호구역인 청도군 운문댐. 어둠속에서 3, 4척의 배들이 조명도 없이 댐위를 헤집고 다니며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물가 곳곳에서는 20여명의 낚시꾼들이 진을 쳤다. 모두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 밤중에 벌이는 이른바 불법 어로행위였지만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없었다. 낚시꾼 박모(48·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낚시를 해서는 안되는 것을 알지만, 철조망을 넘거나 산길을 따라 댐안으로 몰래 들어온 낚시꾼 수십명이 매일밤 고기를 잡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잡힌 붕어와 꺽지, 새우 등은 대구, 부산 등 대도시의 음식점 등에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날이 밝아오자 누수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댐 가에는 빈병, 비닐, 고철 등 각종 생활쓰레기와 그물, 낚싯대 등 버려진 어로도구와 술병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물이 말라 모습을 드러낸 공사 당시 철근들은 벌겋게 녹슬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으며 이곳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같은 날 낮 대구시민의 상수원보호구역인 달성군 가창댐 상류. 하천을 끼고 들어서 있는 20여개 식당에는 휴일을 맞아 닭백숙, 오리고기 등을 먹으러온 행락객들로 붐볐다. 이들 식당은 상수원보호구역내에서 음식점을 할 수 없자 '미나리''촌두부' 등을 판매하는 'ㅈ상회' 'ㅂ상회'라는 상호를 내걸고 각종 음식을 조리해 팔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오·폐수처리시설도 갖추지 않았고, 일부 식당에서 나온 하수는 100여m 떨어진 가창댐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날 정대1리 마을입구 하천에는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입간판은 아랑곳않은 채 10여명의 어린이들이 물놀이에 열중하고 있었고, 함께 온 어른들도 발을 담그고 놀았다.

이 곳 오리 양지마을 입구와 정대리 일대는 상수원 오염을 막는 철책선도 없어 행락객들이 제멋대로 계곡물을 드나들었다. 대구상수도본부 가창사업소 인근의 감시초소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는 고사에 쓴 듯한 돼지머리가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인 팔공산 일대 하천은 이날 더위를 피해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빽빽이 들어차 싸들고 온 음식을 먹고 심지어 취사행위까지 벌였다. 공산댐으로 흘러드는 각 하천은 철책도 없이 그대로 개방 상태였지만 휴일에는 단속원들이 근무를 않았다. 인근 농장과 축사 등에서는 각종 폐수가 여과없이 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계명대 환경과학대 박상원 교수는 "운문댐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외에는 관리의 손길이 닿지않는 것은 식수원 보호 차원에서 직무 유기"라면서 "댐 조성 당시 1급수에서 2급수로 떨어진 운문댐 수질이 관리소홀로 3급수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상수도본부 가창사업소 김운상씨는 "여름철 행락객들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무허가 식당들이 불법영업을 하며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데 대해 행정당국의 강도높은 단속과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姜秉瑞기자 kbs@imaeil.com

金敎盛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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