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매일 잠을 자야 할까. 1주일이나 한달치 잠을 한꺼번에 잘 수는 없을까. 열대야에 잠 못이루고 뒤척이는 여름 대신 시원한 가을에 몰아서 자면 안될까. 안타깝게도 이런 상상은 '한여름밤의 꿈'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의 몸 속엔 24시간의 주기를 지키는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밤낮이나 중력의 미세한 변화에 관계없이 생체시계는 굳굳하게 일일 리듬을 따른다.
쏟아지는 잠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불면증 환자들에겐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불면증 환자의 경우 간밤에 잠을 설쳐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진다. 새벽녘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도 다시 깬다.
결국 하루 종일 몸이 노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신경질적이 된다. 특히 심한 만성불면증의 경우 몇년씩 지속되기 때문에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국제수면협회에 따르면 1년간 일시적 불면증에 걸리는 사람은 27%, 만성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9%에 달한다고 한다. 10명 중 1명 꼴로 심각한 불면증에 걸려 있는 셈이다.
불면증엔 스트레스나 시차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평소 음식 습관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커피, 콜라 등을 자주 마시는 '카페인 중독자'가 대표적인 사례.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항상 흥분된 상태로 만드는 일종의 신경각성제다. 하루에 카페인을 600mg 정도 섭취하면 중독에 이른다. 커피 한 잔에 60~100mg, 콜라 한 병에 60mg 가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이밖에 술과 담배도 불면증을 불러온다.
일반적으로 술은 잠을 청하는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코올은 긴장을 풀어주고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잠을 빨리 들게하며 깊은 수면상태를 연장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수면 초기상태, 즉 알코올이 완전 분해되기 전의 얘기다. 수면 중 혈중농도가 떨어지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곤란해지고 얕은 잠 속에 좋지않은 꿈에 시달려 오히려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불면증의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수면제다. 그러나 의사들은 수면제가 결코 불면증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건강한 사람이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깊은 잠을 못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있다. 수면 중 깨어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뇌파가 자주 관찰된 것. 다시 말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않은 몽롱하고 피곤한 상태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미래엔 뇌에 전극을 심어놓고 일정한 자극을 주어 수면을 조절하는 '리모콘식 수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실험 결과 고양이 뇌의 기저전뇌영역(basal forebrain area)이라는 부분에 미세 전극을 심어놓고 약한 전기자극을 주면 고양이가 약 30초 만에 잠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기저전뇌영역을 손상시키면 고양이는 불면증에 걸려 며칠간 잠을 못들고 결국 죽어버린다. 한편 고양이 뇌의 망상체(reticular formation) 중 특정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면 잠자던 고양이가 벌떡 일어나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또 이 부분을 손상시키면 고양이는 잠깐씩 깨어났다가 계속 잠을 자게 된다. 이를 응용해 잠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정확히 알아낸 뒤 전기자극을 준다면 불면증도 해결될 지 모른다.
불면증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쏟아지는 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으로 알려진 수면과다증에 걸린 환자는 1년에 몇차례씩 1~2주 정도 견딜 수 없을 만치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한다. 주로 10대에게서 발견되는데 밤에 아무리 많이 자도 졸리고 평소보다 몇배나 많이 먹으며 우울증, 기억력 장애에 시달린다. 놀랍게도 증세가 나타나는 시기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온다.
뇌질환의 일종인 기면증(발작성 수면)은 잠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우다. 15분 정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져 전신에 힘이 빠진다. 기면증은 심하게 웃거나 화를 내는 등 흥분된 상태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또 잠들기 전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면증은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정신과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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