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진체 분리 안돼 공격조차 못해

◈클린턴 구축 여부 '결정강행'

NMD 준비 관계자들은 목표물에 대한 명중 실패가 아니라 표적을 공격 조차 하지 못한 채 끝난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무 총책을 맡았던 로널드 캐디시 공군 중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충격 보다는 실망이 더 크다"며 "추진 로켓의 분리 실패는 생각 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실패 과정=미 국방부가 태평양 콰잘레인 기지에서 쏘아 올린 요격미사일은 발사 후 정확히 2분37초만에 추진 로켓과 분리 되도록 예정돼 있었다. 분리 이후엔 내부에 부착된 감지기가 작동해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요격미사일은 지상 레이더 기지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토대로 목표 탄두를 추적해 지상 225㎞ 높이에서 순간 시속 2만5천㎞로 요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켓과의 분리에 실패함으로써 감지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요격미사일은 목표물을 공격 해 보지도 못한 채 공중분해 됐다.

요격미사일이 로켓에서 분리되지 못한 것은 분리를 알리는 전자신호를 수신하지 못했기 때문.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밝히는 데는 며칠이 걸릴 것이나, 관계자는 NMD 구상이 현단계에서 안고 있는 기술적 취약성을 시인했다.

◇전망=1억달러 짜리 실험이 이처럼 허무하게 끝남에 따라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그동안 서둘러온 NMD 배치 일정이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배치 완료 목표 시점은 2005년이었으나, 국방부 내 전문가들 조차 이를 지나치게 야심만만한 목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NMD 지지자들은 요격실험 실패를 앞으로 20년간 360억 달러가 소요될 이 계획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임을 가르쳐 준 일로 여기고 있다. 공화당 코크란 상원의원은 "의회가 관련 예산을 추가로 승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그러나 백악관 국가 안보회의 크롤리 대변인은 8일 "이번 결과는 한 자료에 불과하고, 대통령이 국방부의 분석과 권고안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특히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10일 "NMD관련 결정을 차기대통령에게 넘기지 않고 클린턴이 이번 여름 안에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클린턴 측인 고어 후보는 되레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부시 반대당 후보는 오히려 NMD 배치를 적극 주장했다. 고어의 대변인은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내릴 것이며, 클린턴은 올해 그 결정을 내릴 것이다. 고어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반면 부시는 "실험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미국이 효과적인 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개발하리라 확신한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불량 국가의 공격이나 우발적 발사의 위험을 감안하면 이 계획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내가 당선돼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실패를 환영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공동 추진 중인 일본 방위를 위한 TMD의 성공을 기대했다. 반면 영국은 "미국의 문제일 뿐"이라며 발을 뺐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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