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교육을 시장 기능에 맡겨 다양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겠지만 고교 평준화 정책을 뿌리째 흔들 뿐 아니라 공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회 전반이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때에 학교측이 원하는 대로 신입생을 뽑고 수업료를 받을 수도 있는 자립형 사립고가 도입된다면 계층간 위화감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율학교는 등록금이 비싼 '귀족학교'가 되고, 부유층이 선호하게 될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대도시의 명문 사립고들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자립형'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전체 고교의 절반 이상이 사립고이며, 이들 학교들이 여건만 되면 '자립형'으로 전환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 영향은 바로 중학교 교육에도 미치게 돼 부작용이 커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명문 사립고에 들어가지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그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난 1974년에 채택돼 지금까지 유지돼온 고교 평준화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린 '학교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가 하면, 하향평준화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특목고의 신설이었다. 이는 바로 시대에 맞는 영재교육의 산실이었다. 따라서 자립형 사립고 도입보다는 특목고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교육당국은 공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급편방어식 땜질 처방만 일삼아 왔다. 이번 자립형 사립고 도입 방침도 책임전가와 편의적 사고방식의 소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교실에선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자립형 사립고 도입보다는 공교육의 내실 다지기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과 과감한 투자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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