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밥그릇과 뒷간불

12일 이재용 남구청장은 대덕문화원 공금횡령사건과 관련, 기자에게 "할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한뒤 하루종일 대책회의를 하느라 청장실 문을 나서지 않았다. 구청장이 그토록 관심을 가졌던 SOFA개정 협상도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장 발등의 불때문에 움직일 겨를이 없다.

이날 전 대덕문화원장이 자신이 출연한 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공무원 6명까지 입건된데는 구청장의 도의적 책임이 크다는 안팎의 지적이다.

고질적 환락가 양지로를 말끔히 정리하고 미군기지 문제를 이슈화하는가하면 새벽부터 청소차를 타고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몸소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온 구청장. 그가 이같은 멍에를 안게 된 것은 '부적절하고 사적인 관계'때문이란 얘기가 많다지난해 문화원장의 공금횡령 사실을 보고받고도 문화계 선배라는 이유로 '사감(私感)'이 앞서 원칙보다 몇번의 전화독촉으로 수습하려다 결국 일이 터진 것이다. 담당자들은 막강한 민선단체장의 눈치를 보느라 공문서까지 입맛에 맞춰 꾸미다 결국은 된서리를 맞았다.

구의회는 더욱 가관이다. 3대의회 출범때부터 금품수수로 옥신각신했던 의원들이 밥그릇 싸움에 바빠 구정 감시는 뒷전이었다. 물론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대덕문화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몰랐다'는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한 의원은 "의장 선거를 앞두고 두파로 나눠 '누구에게 돈을 몰아주면 우리쪽으로 오고 몇명을 구슬리면 당선될까'라는 논의가 고작이었다"고 토로했다.

다음날 의장선거에서 떨어진 쪽이 금품수수를 문제삼아 한바탕 소란을 벌였으나, 응당 집행부 수장으로서 사태의 전말을 챙겼어야할 이 청장은 "상임위원장 선거에 직원들이 참관하지 않아 상황을 몰랐다"고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구정에 사적 관계를 끌어들이는 바람에 그동안 반듯하게 행정을 펴왔다는 평가가 한 순간에 먹칠을 해 시련을 겪고 있는 이재용 청장. 지방자치가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는 얼마나 더 그같은 사례가 나와야할지 남구청은 지금 주민들에게 적잖은 걱정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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