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G8 정상회담과 남북 화해

23일 폐막된 오키나와 G8정상회담은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말 잔치로 끝난 느낌이다. 주요 8개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의 의제로 세계경제, 정보기술(IT)혁명, 사이버범죄, 유전자 조작식품, 인간게놈 등 현안 문제들을 채택,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논의가 시작되자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양보없는 설전을 거듭한 끝에 원론적이고 선언적인 합의로 회담을 끝냈다. 이번뿐 아니라 해마다 주요국 정상회담은 '구체성 없이 추상론'으로 끝나는 것이 관례화되다시피 해왔던 만큼 이런식의 회담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회담 무용론마저 나올성 싶다. 주요 의제중 한가지인 인간게놈에 대해 미국은 특허권을 주장한 반면 유럽과 일본은 게놈은 '인류 공동의 재산'이라 맞섰다. 또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는 '안전한 만큼 자유무역을 보장해야 된다'고 했고 유럽은 안전성에 의문을 내세워 반대했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경제지원도 지난해 회담에서 41개국에 1천억달러의 부채를 탕감해주기로 했으나 올해 회담에서 겨우 9개국의 150억달러 탕감을 결의했을뿐이다. 주최국인 일본은 이번 회담에 800억엔(8천억원)의 거금을 투입, 호사스럽게 치러 '부자들의 돈잔치'라는 비아냥마저 들리고 있다. 이런 터수에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주요국 회의는 참가 8개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사분오열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결국 이번 회담은 그럴듯한 말과 화려한 수사들만 무성할 뿐 실제로 필요한 구체적 방안은 한가지도 나온게 없이 끝낸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이번 회담을 지켜보면서 부자나라, 힘센나라들이 모여서 가난한 나라의 부채 탕감, 빈곤, 에이즈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절감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란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이례적으로 나온 한반도 관련 특별성명이 그나마 G8정상회담의 체면을 세웠다고 본다. 미.일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며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발표한 것은 앞으로의 남북관계 진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한은 이번 오키나와 회담에서 국제적으로 남북 화해를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계기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디딤돌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26일 방콕에서 열리는 남북외무장관 회담과 29~31일의 장관급 서울회담에서 '남북당사자 해결원칙'에 따라 6.15공동선언의 5개항을 하나 하나 구체화 시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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