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작가 이창래씨 장편 제스처 라이프

지난 95년 첫 소설 '내이티브 스피커'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재미(在美)작가 이창래(35·사진)씨의 두번째 장편소설 '제스처 라이프'(정영목 옮김·중앙M&B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현재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소설작업을 하고 있는 이씨는 장편 '내이티브 스피커'로 펜-헤밍웨이상, 아메리칸 북 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는 한편 '뉴요커'지가 선정한 미국문단내 40세 이하 최고의 작가 20명 중 한명에 뽑히는 등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소설인 '제스처 라이프'는 뉴욕시 교외의 부촌에서 30여년간 예절바른 행동으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아온 한국-일본계 미국인 노인이 우연한 사고로 입원하게된 것을 계기로 잠재의식 깊숙이 짓눌려왔던 과거에 대한 후회와 실패, 내밀한 생각들을 성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퇴직 의사 프랭클린 하타는 일제시대때 일본에 거주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유한 일본 가정에 입양돼 성장한 후 2차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복잡한 인생행로의 소유자다. 일본과 미국사회 모두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려고 노력한 끝에 이웃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다. 한국계 여자아이를 입양, 홀로 키워왔으나 양녀 써니는 가출하고만다. 마약복용 등 방탕한 써니의 생활 모습에서 하타는 전쟁 당시 버(현재미얀마) 마지역에서 한국인 정신대를 관리하던 일본군 복무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잠재의식 깊숙이 억눌려왔던 하타의 어두운 기억은 우연한 화상과 입원을 계기로 다시 되살아난다.

한국인 위안부에게 가해진 성적 학대의 참상과 그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쩔 수 없이 방관해야했던 기억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힌다. 또 노년에 사랑을 느끼게 해준 백인여성 매리 번즈와의 관계도 파국에 이른다. 불분명한 정체성이 가져오는 혼란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회한을 느끼는 하타.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이 결국 제스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미국 언론들은 이 소설에 대해 "두 가지 문화와 두 종류의 인생 사이에 갇힌 한 남자의 초상을 중심으로 전쟁의 상흔을 통해 미묘하고 정교한 인간 심리의 세계를 드러내는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