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文字)와 돈(金錢), 인류의 위대한 2대 발명이라고 한다. 돈은 재산의 사유화(私有化)로 가는 길을 텃고, 문자는 인간의 사고(思考)영역을 넓히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문자발명이전에는 커뮤니케이션의 매체(媒體)는 소리와 형상물(形象物)이었다. 울음소리, 아, 어 등의 감탄사와 횃불.연기 등으로 의미를 건넸다고 한다. 동굴의 벽화, 쐐기모양도 메시지 전달의 한 방법이다. 먼곳으로 의사전달이 불가능한 언어를 대신한 표현행위로 볼 수 있다. 때로는 형상물이 주는 상징(象徵)은 어느 매개물보다 명확한 표현을가능케 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62)이 가슴에 다는 형상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의 외교사절을 만날때 마다 바꿔다는 브로치 모양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담겨 있다. 치밀하게 메시지 의미를 계산, 미치는 파장까지 헤아린 행위는 어떻게 보면 언어 교환이전의 '파워패션'이 아닌가 싶다. 위엄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이다.
28일 방콕에서 열린 한국.중국.북한 외무장관과 만날때도 '외교적인 브로치'가 달렸다. 벌모양의 브로치. 이 브로치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을 향해 사상 첫 외무장관 만남이라는 화해의 뜻과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강행할 경우 일침(一針)을 가하겠다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는 풀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강한 햇빛 모양의 선버스트 브로치를 달아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와 공조의 뜻을 담았다는 평가였다.
올브라이트는 난항을 거듭한 중동평화협상때는 거미줄 브로치, 러시아 방문때는 독수리 브로치, 94년 걸프전 패전국인 이라크 언론이 자신을 독사로 비난한 후 이라크 외교관을 만났을 때는 뱀브로치를 달아 응수했다. 이런 브로치 외교구사는 어려서부터 익힌 4개외국어 구사능력 등으로 배태됐다는 평가다. 세심한 패션 연출로 설득을 시작하는 셈이다. 개인끼리의 만남이건 국제외교건간에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설득에 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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