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공간을 미리 활용해 숙원인 교섭단체구성을 조기 관철시키려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의 '줄타기' 정치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야성(野性)회복' 선언으로 첫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JP는 31일 일시 귀국, 약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채우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민주당과의 '찰떡공조'를 과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본회의 참석에 앞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부총재와 면담을 갖고 이회창 총재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등 한나라당과도 등지지 않으려는 '등거리' 정치를 계속했다.
JP의 등거리 정치는 지난달 22일 '이회창-JP' 골프장 오찬회동을 통해 그 위력을 이미 과시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JP와 이 총재간 화해기류에 자극받은 민주당측이 국회법 운영위 강행처리라는 극약 처방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JP의 '곡예정치'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이 총재와 JP가 의견접근을 보았다는 이른바 '밀약설'이 나돌면서 이 총재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리 없는 JP로선 '멀어져가는' 이 총재를 다시 붙잡기 위해 귀국하자마자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이 총재의 거절로 무산됐다.
특히 JP는 자민련 의원 7, 8명과 한나라당 박희태 부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화통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9단'다운 노련한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그가 의도했건 안했건 이 총재에게 통화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자민련측에서 흘러나온 후 실제 두사람간 '통화설'로 증폭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JP의 기대와는 달리, 이 총재는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JP의 통화를 거절했다고 공식 발표한데 이어 '당리당략에 따른 야합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런상황이라면 JP의 방일귀국 이후로 예정된 JP와 이 총재의 골프회동도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JP가 방일중인 1일 약사법 표결을 위해 일시 귀국, 국회 본회의 일정을 오락가락하게 만들고 약 4시간만에 서둘러 출국한 것이 일본에서의 '골프정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휴가를 하루 앞당겨 당무에 복귀한 이 총재의 선명야당 선언은 교섭단체 밀약설을 둘러싼 당내 논쟁을 잠재우기 위한 외길수순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 총재의 발언은 당분간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자민련간 협상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반대는 예견된 것인만큼 오는 4일께 민주당과 단독으로 국회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일부 의원들이 '당리당략'을 위한 국회법 강행처리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마저 '국회법 직권상정에는 반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법 처리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결국 '발등의 불'인 국회법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를 유인, 지름길로 가려했던 JP 특유의 곡예정치가 첫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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