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패션몰이 밀려온다-기획·디자인 전문가 키우자

패션 인프라가 여전히 약하다는 대구에서 패션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기획력·디자인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대구 원단으로 디자인, 봉제, 부자재, 가공, 유통 전과정을 관통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인력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6천여개 점포의 패션몰이 완제품 사입에 드는 비용을 지역으로 환원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기획·디자인 인력 양성은 패션몰 분양 주체나 개별 분양자들이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행정기관이 예비 또는 기성 대중패션 디자이너 인력지도를 만들고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지역 패션몰에서 팔고 외지에도 공급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대구를 대표할만한 여러가지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패션=대구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것이다.

대구에는 현재 패션관련 학과 대졸자들이 해마다 2천여명이 쏟아지지만 전공을 살려 일자리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학생들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의 한 패션 디자이너는 "우수한 재원이 배출된다고 해도 발을 붙일 곳이 없고 설사 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개성이 발휘되기 어렵다"며 "예비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패션벤처를 육성하려는 대구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밀라노프로젝트의 맹점 중 하나가 인력을 조직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인력 양성은 학부 과정에도 필요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대학 졸업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대중패션을 주도할 수 있는 의욕있는 인력이 확보되고 이를 패션몰을 비롯한 최종 판매처에서 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봉제와 부자재산업은 뒤따라 발전할 수 있다. 대중패션을 주도하는 디자인, 기획인력이 없으면 지역의 봉제공장은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을 만들어주는 곳으로 전락하거나 생산물량이 없어 채산성 문제로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획·디자인 인력이 서울로 집중된 탓에 지역 의류 사업자들은 대형 버스를 대절해 서울에서 물건을 사고 이를 대구에서 되파는 대리판매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계명대 패션디자인학부 이모씨는 "기성 디자이너가 보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획력과 디자인이 가능한데도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진출시켜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며 "대구가 패션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인력 양성제도와 활용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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