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받는 김위원장 발언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 12일 방북 언론사 대표단과 만나 북한 내부 사정과 남북문제 등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3시 30분까지 무려 3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과 북한에 대한 남측의 궁금증을 풀어줬으며 김 위원장 발언 가운데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입장과 어긋나는 발언들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우선 '통일문제'와 관련해 "통일문제는 지금까지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북남 공히 과거정권 탓입니다. 체제유지를 위해 양측 정부가 통일문제를 모두 이용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통일이 안되고 있는 것이 남측과 미국의 분단유지정책 때문이라는 북한의 일관된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김위원장은 또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로켓을 개발해서 대륙간 탄도탄을 만들어 2, 3발로 미국을 공격하면 우리가 미국을 이깁니까? 그런데도 미국은 이것으로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구상 어디 있는 적이라도 우리의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북한 군부의 호언장담과 다른 것으로 지난 98년 '광명성 1호' 시험발사를 비롯한 로켓 개발이 미국 등 가상적국들과의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며 군사력으로 미국과 경쟁할 능력도의사도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이어 "박정희 평가는 후세들이 해야지 동참자들이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 때 그 환경에서는 유신이고 뭐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말해 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남측이 유신체제 구축에 악용해왔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을 밝혔다.

그는 이어 '노동당 규약 개정과 남한 국가보안법 개정 연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남조선 국가보안법 그건 남조선 법이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말해 노동당 규약 개정을 국보법 개정과 연계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남북 직항로 문제'에 대해 "비행기에서 특수카메라로 다 사진을 찍는다고 군부에서 반대하고 있으나 다음부터는 직접 다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군부의 강경한 입장을 자신이 무마해 나가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의 외화난'에 대해서도 "우리는 달러가 없어 돈 내고는 (신문을) 못봐요. 그냥 주기 어려우면 사장이 본 뒤에 손 때 묻은 것을 보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산 가족들이 고향 방문까지 하고 가족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우리가 쌀이 모자란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주제에 그대로 보여줘야지 숨길 것 없어요"라고 말해 북한의 경제난을 숨김 없이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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