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봉 '정례화' 기대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남북한의 두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잇따라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상봉행사가 정례화·제도화로 정착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통령은 14일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며 궁극적으론 이들 가족이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가족간의 재결합 상황까지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김 국방위원장도 지난 12일 평양 목란관에서 방북 국내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9, 10월에도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엔 고향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한 정상들의 발언을 종합할 경우 올해만 해도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추가 상봉이 이뤄질 수 있다. 때문에 이산가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의 한 관계자도 "김 위원장 발언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해온 북측의 태도에 일단 변화가 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85년 이산가족 상호 방문 때에도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되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한 채 이산가족 50명과 예술단 교환 방문만을 성사시키는 데 그쳤다.

이번에 남북한이 상봉문제를 정례화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내달 초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뒤이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이 회담을 통해 제도화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상봉문제를 정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 김 위원장이 내년에는 고향 방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데서 엿볼 수 있듯 북측은 당분간 이벤트성 행사를 고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즉 북측이 일종의 '은혜'를 베푸는 식으로 상봉 문제를 이끌어갈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이산가족 상봉을 고향방문 등의 형식으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은 북측이 결국 면회소 설치문제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제도화로 연결짓기는 아직 어렵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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