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15상봉 오늘 오후 오열속 첫 재회

평양으로 가고 서울로 왔다.

남과 북으로 흩어져 살아온 이산가족들이 분단 반세기 장벽을 넘어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을 밟았다.

15일 오전11시. 마침내 서울상공에 인공기를 단 고려민항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윽고 서서히 날개를 접은 고려민항은 김포공항을 한바퀴 돈 뒤 멈춰섰다. 그리고 잠시 후, 트랩이 내려지고 문이 열리면서 일단의 북쪽 부모형제들이 내려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뜨겁게 손을 흔들었다. 온 몸을 흔들었다. 참으로 감격에 벅찬 표정이었다. 그토록 꿈속에서도 그리워한 서울땅을 실로 50년만에 밟아보다니…. 유미영(柳美英)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은 이날 오전 10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김포공항을 거쳐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한시간 뒤인 낮 12시께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남쪽의 실향민 100명을 태운 고려민항은 서울 상공을 날아올라 곧장 북으로 향했다. 이륙한 지 얼마지나지않아, 물기어린 시야마다 낯익은 고향산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방북자들은 감격하고 흥분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1시. 너무도 오랜 세월이 걸린 귀향은 그렇게 단 한시간의 비행으로 충분했다.

양측 이산방문단은 숙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등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30분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벤션홀과 평양 체육관에서 헤어졌던 혈육들과 통한의 상봉을 했다.

그들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보았다. 망설임도 없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아이구, 살아있었구나" "여보…" "아버지…" "언니…", 덥썩 두손을 잡았다. 와락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살아있다는 반가움과 캄캄하게 소식조차 모르고 살아온 원통함에 몸부림쳤다.

비록 통제속에 이루어진 상봉이지만 이산가족들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꽉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이를 지켜보는 온 겨레의 가슴도 울었다. 전 세계도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비극의 땅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혈육의 상봉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단체상봉에 이어 북측방문단은 코엑스 1층에서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환영만찬에 참석했으며, 평양에 간 방북단은 조선적십자회의 환영연에 참석했다. 이들 남쪽과 북쪽의 각 방문단은 이날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3박4일간 평양(고려호텔)과 서울에 머물며 가족 친척들과 모두 6차례 만나 이산의 한과 아픔을 달랜다.

장충식 남측단장은 출발에 앞서 "헤어진 모든 가족들이 만남으로써 민족 혈맥을 잇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양쪽 방문단은 단장을 비롯 각기 방문자 100명, 수행원 30명, 기자단 20명이다.특별취재단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