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남편 만난 안동 이끝남 할머니

"이제 꼭 껴안고 한번 찍어 봐라"

'찰칵' 23살 꽃다운 나이에 헤어진 남편을 50년만에 다시 만난 이끝남(이춘자.70.경북 안동시 동부동)씨는 남편 이복연(73)씨가 어깨를 감싸안자 50년전으로 되돌아간 듯 수줍어했다.

"안죽고 돌아오니까 반갑소…"

복연씨는 대답 대신 아내의 손을 잡았다. "전쟁끝나고 나서야 아들 둘을 데리고 굶어죽지 않았나 생각이 났다. 젊을 때는 혁명사업하느라 바빴는데 늙으니까 아이들이 어찌됐을까 걱정이 됐다"

4살.1살배기였던 두 아들도 처음으로 아버지를 불러봤다. 생사를 알 수 없어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였다.

복연씨는 자신은 북에 가서 재혼했지만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50년동안 수절해 온 것에 대해 미안해 했다.

투박한 말투와는 달리 아내 끝남씨는 남편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새색시처럼 안동포로 새 한복을 지어입고 백발이 다 된 머리까지 염색했다. 그녀는 안동포로 지은 저고리와 바지, 그리고 금반지를 남편에게 전하고 두 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50년 동안의 한을 풀었다.

안동이 고향인 복연씨는 결혼해서 서울에서 살다가 전쟁이 나자 두 아들과 아내를 고향으로 보내고 자전거를 구해 따라가겠다고 했으나 그것이 끝이었다. 두 아들과 함께 안동까지 걸어간 600리길을 다시 오는데 50년이 걸린 것이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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