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일되면 본처 위해 자리 양보

"통일 돼서 다시 만나면 본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다. 북쪽에 (이선행) 할아버지를 보내주겠다. 그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분단의 부부는 마침내 17일 오찬을 하면서 잠시나마 얼굴을 마주했다.

이송자(82.여.서울 중랑구 망우동)씨는 점심이 끝난 뒤 북의 아들을 돌려보내고 호텔방으로 가기 위해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북쪽 부인하고 손을 꼭 잡고 하룻밤이라도 지낼 기회가 있었으면…"이라며 남편 이선행(81.서울 중랑구 망우동)씨에 대한 애틋한 정을 나타내기도 했다북한에 각각 남편과 아내, 자식을 두고 내려온 뒤 남쪽에서 살아오던 이선행.이송자씨 부부의 기구한 '드라마'는 상봉 3일째인 17일 가족들 간의 점심식사에서 만남으로 이어졌다.

17일 고려호텔에서의 고별오찬 때 북측 안내원의 권유로 '북쪽 아내' 홍경옥(76)씨와 이송자씨는 자리에 합석, 10여분 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북쪽의 아들들이 이선행씨에게 잔을 권했다.

이송자씨의 북쪽 아들 박위석(61.강원도 천내군)씨가 이선행씨에게 "아버님 받으십시오"라며 들쭉술을 권하자 이선행씨는 "나는 머슴처럼 어머님을 받들고 있으니까 걱정마라"고 답했다.

홍씨와 함께 온 북쪽 장남 진일(59.황북 사리원시)씨는 이송자씨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아버지를 돌봐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통일이 돼서 아버지의 90세 생일상은 제가 차려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일씨와 동생 진성(53.함북 청진시)씨는 이송자씨의 아들 박씨에게 "형님으로 하겠습니다"라며 손을 잡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송자씨는 "이런 비극이 역사에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고 온 가족이 다같이 건배를 했다.

이송자씨와 홍씨 간 대화는 아주 짧게 이뤄졌다. 이씨와 홍씨는 각각 서로의 북쪽 아들로부터 술을 받은 뒤 건배를 했다. 이어 이씨는 악수를 권하며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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