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철조망을 넘어 그토록 그리던 아내와 형제자매를 만난 이산가족들은 지난 18일 오후부터 가슴벅찬 3박4일간의 감동을 가족,친지들과 함께 나누고 실향민들에게 달라진 평양거리와 북한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이들은 50년만의 짧은 만남에도 혈육의 정을 곱씹으며 그동안 가슴깊이 새겨졌던 통한을 씻어냈으며 돌아가신 부모와 형제자매,조카들의 사진을 닳토록 만져보고 주변의 축하와 안부전화를 받으며 피곤함조차 잊어버렸다.
평양에서 여동생 정숙(63)씨를 만나고 지난 18일 서울에 도착한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는 공항에서 한동안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평양을 떠나기전 여동생의 눈물이 아련거렸고 '언제 또다시 만날까'라는 아쉬움과 회환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피곤할테니 서울 친적집에 하루 머물고 오라'는 아내 신무생(62)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동생소식을 전하기 위해 곧바로 대구에 내려왔다. 이날 오후 5시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며느리들이 미리 준비해 둔 축하잔치상을 받고 2남1녀의 자녀들과 손자,손녀,며느리와 함께 정숙씨와 평남 북청의 고향얘기로 밤새는줄 몰랐다. 이들은 50년만에 받아든 김씨의 부모님 사진과 조카들의 가족사진을 돌려보며 모두 한 핏줄임을 새삼 실감했다.
또 이날 오후부터 대구지역에 있는 동향의 실향민들로부터 축하와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결국 김씨는 오는 26일 '대구지역 함경남도도민회 모임'에서 달라진 평양의 모습과 3박4일간의 여정,북한에서 느낀 감회 등을 전할 계획이다.
김씨는 "부모형제를 만나지 못한 실향민들에게 고향 소식을 전해 실향민들의 섭섭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언니 순덕(75)씨를 만나고 서울로 돌아온 강성덕(71.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씨는 가족,친지들에게 언니소식을 전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남동생과 양평 큰언니 집을 두루 다니다 20일 밤늦게야 대구에 내려왔다.
지난 18일 오후 김포공항에 도착한 강씨는 대구에서 모시러 올라간 아들 이명(51)씨와 며느리에게 "함께 가지 못한 큰언니와 동생에게 순덕언니의 안부를 전하고 가자"고 한뒤 수원의 남동생 정호(59)씨 집에 들러 동생가족들과 얘기꽃을 피웠다.
강씨는 "운좋게도 고향땅인 평양 고려호텔에서 4일동안 묵는 바람에 감회가 남달랐다"며 "대동강 나루터는 예전과 달랐지만 언니와 함께 대동강변을 거닐던 50년전의 기억이 생생했다"고 추억을 되살렸다.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양평에 사는 큰언니 형덕(76)씨 집에 들러 "8남매중 유일하게 순덕언니만 북에 두고온 것이 평생 한이 됐다"며 "다음에는 큰언니와 함께 순덕언니를 볼날이 꼭 있을 것"이라며 손을 맞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의 동생 치효(69)씨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김치려(75.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도 20일까지 경기도 분당에 사는 큰아들 정수(44)씨 집에 머무르며 아들,손자들과 함께 상봉을 기쁨을 나눴다.
또 평양에서 아내 피현숙(79)씨와 딸,큰아들을 상봉하고 막내 영민(54)씨의 생존사실을 확인한뒤 돌아온 김창환(8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대구의 둘째아들 영필(47)씨 집에서 자녀들과 고향얘기로 주말과 휴일밤을 꼬박샜다.
이번 상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되고 상호방문이 정례화되면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고향땅을 밟고 부모님 산소를 찾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재회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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