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병원과 약국이 담합하면...

한 할아버지가 21일 매일신문사로 찾아왔다. 아내인 한모(71.대구시 평리동) 할머니가 겪은 일이 뭣인지 좀 알아 봐 달라는 얘기였다.

한 할머니가 이상한 일을 겪은 것은 지난 11일. 심장 이상으로 3년간이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중이라 이날도 대구시내 종합병원을 찾았다. 처방전도 받았다. 그러나 인근 약국에서 약을 타고 보니 뭔가 달라져 있더라고 했다.

전에는 약이 꼭 30일분씩 지급됐었는데, 이번엔 31일분이 아닌가?

할아버지와 함께 영문을 추측해 보다가 무릎을 쳤다. 지난 주 매일신문에 실렸던 기사가 다시 생각난 것. "30일분 약은 조제료가 4천400원이지만, 31일이 되면 9천190원으로 늘어난다"는 대목이었다.

신문사로 찾아 온 할아버지는 갑자기 약이 하루치 더 늘어난 것은 분명이 이때문일 것이라며 괘씸해 했다. 괜한 돈 4천790원을 더 받게 하려고 병원측이 하루분 처방을 늘린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였다.

기자가 약을 처방한 의사와 접촉해 보려고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부재 중이라는 것. 그러나 이상한 소문은 하나 들을 수 있었다. 그 병원이 추천했고 그래서 할머니가 찾아 갔던 그 약국 소유자가 병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정황으로 봐 그럴 개연성이 다분히 있어 보였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때문에 의사가 그같이 처방했다는 증거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문득 기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느낌은 좋잖았다. 병원과 약국의 담합! 이 할아버지의 경우처럼 장기투약환자들의 금전적 피해는 적지않을 것이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3년간이나 다니는 병원인데 설마 그랬을리야 있겠느냐"고 억지로나마 믿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병원을 계속 다닐 것인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허탈해 했다.

이종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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