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겨울 패션 트렌드

부드럽고 여성스러움이 주목받는 시대.1980년대 외화 '다이너스티'를 연상케 하는 귀족적이고 고급스런 여성들의 차림이 거리를 누빈다, 클래식 하면서도 세련된 정장 차림, 뾰족한 하이힐, 모피와 깃털, 높게 부풀려진 머리, 화려한 보석… 기존의 남성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위 '기네스 펠트로' 스타일처럼 1920~80년대에 유행한 복고적이고 우아한 여성의 이미지가 새로운 스타일로 부각된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올 가을·겨울 여성들의 차림새 전망이다.

이전에는 자유로운 단품 코디네이션이 주류를 이뤄, 1990년대 중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한 '수트'를 고집해 입는다는 것은 약간은 촌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올 가을·겨울엔 위아래를 통일한 격식있는 수트 차림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0년대 풍을 재현해 허리 여밈, 풍성한 소매, 패드를 넣은 어깨 등이 특징. 통이 넓은 바지나 허리를 조여주는 재킷, 허리 아래부터 풍성하게 퍼지는 뉴룩풍 스커트 등이 눈에 띄고 있다. 여성의 신체 곡선미를 강조하는 몸에 딱 붙는 피트 실루엣, 부드러운 소재와 매치해 물 흐르듯 우아한 실루엣 등이 선보일 예정. 동물 애호가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다양한 스타일의 모피도 유행할 것이다. 캐주얼한 차림은 물론 소품에도 모피가 활용되고, 분홍 노랑 녹색 등 색상도 다양해질 전망.

허리선과 벨트가 아래로 흐르는 듯한 이미지는 여유로우면서도 섹시하고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선이 깊게 파지는 V 네크라인 역시 여성스러움과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가슴선을 지나 허리선까지 내려오기도 하는 V 네크라인은 해외 명품 컬렉션에서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액세서리 역시 이전의 심플함에서 벗어나 골드 체인이나 폭이 넓은 두꺼운 벨트, 보석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버클 장식, 커다란 귀고리 등 한층 더 대담해진다.

베스띠벨리 소재팀의 노경희 팀장은 "올초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과 낙관주의로 밝고 화려한 색감에 실험적이고 테크니컬한 소재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올 가을·겨울엔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는 내추럴한 소재들이 주요 트렌드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합성소재보다는 천연소재들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

유행색은 회갈색 등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또한 레드, 핑크, 오렌지 등 붉은색의 다양한 변형 역시 포인트 컬러로 애용된다. 바이올렛(보라색)은 귀족적이며 신비한 분위기로 유럽 왕실에서 선호해 온 색. 동양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색조임에도 불구, 올 가을 럭셔리 패션의 유행과 발맞춰 인기를 끌 전망이다.

또한 스코틀랜드가 원산지로 홈스펀 또는 방모사를 사용해 평직 또는 능직으로 짠 굵고 거친 느낌의 '트위드'가 캐주얼한 분위기로 새로와져 인기몰이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