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간장 녹이는 납북자 가족들

"6.25전쟁때 월북자와 비전향장기수도 가족 상봉의 기쁨을 나누는데 생업에 종사하다 북쪽에 끌려간 사람들은 수십년동안 생사조차 알 수 없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지난 68년 6월 결혼 1년만에 남편(김용기·현재 51살)을 납북당한 박경월(51.여.대구시 동구 신암3동)씨의 한맺힌 절규다. 당시 열아홉살의 남편은 신발가게를 하다 장사가 제대로 안되자 강원도 고성에서 오징어잡이배를 탄 첫 날 북쪽에 끌려갔다.

박씨는 갓난아기를 안고 납북 다음날부터 매일 부둣가에 나가 남편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석달만에 돌아온 배에서 남편 모습을 찾지 못했다. 23명이 탄 풍년호는 납북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40,50대 장년들은 되돌아왔으나 박씨의 남편과 같은 청년 11명은 끝내 북에 억류됐다. 박씨는 생이별의 고향땅을 떠나 20년전 대구로 왔지만 32년이 지난 지금도 북에 있는 남편과의 상봉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씨는 "당시 갓난아기가 이젠 결혼까지 해 어엿한 가장이 됐다. 남편의 생사조차 모르며 살고있는 납북자 가족의 애끓는 심정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납북자 가족 박경아(33·여·경북 포항)씨도 요즘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70년 4월29일 당시 세살박이였던 박씨는 백령도 인근으로 고기잡이를 나갔던 아버지 박휘만(52)씨와 헤어진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더할 뿐이다.

박씨는 "당시 북에 끌려간 '봉산21호'와 '봉산22호'에 탔던 27명중 한달여만에 19명만 돌아오고 갑판장이었던 아버지를 비롯해 8명이 북에 억류됐다"며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이만 너무 보고싶다"며 남편 노경훈(37)씨와 함께 상봉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지난 53년 휴전이후 80년대까지 납북됐던 사람은 정부의 공식발표수만 3천745명으로 이중 아직까지 북에 억류중인 사람은 경북출신 34명을 포함해 모두 454명. 이들은 민간어선을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던 경우가 40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70년 해군 1-2정 납북자 20명, 69년 KAL기 납북자 12명, 기타 해외납북자 등이다.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2월 '납북자가족모임'을 결성한 뒤 비전향장기수 송환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속에 지난달 27일부터 '납북자귀환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오는 2일에는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앞두고 납북자의 귀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우영(31.여)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산가족상봉에 이어 비전향장기수 송환이 이뤄지는 만큼 수십년동안 헤어진 납북자들의 만남도 절실한 과제다"며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납북자 귀환에 응하도록 정부가 성의있는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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