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공동경비구역'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출연영화)는 모두 잊어도 좋다"송강호(33) 이병헌(30).

'전적인 신뢰'가 어려웠던 과거를 청산하듯,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놀라운 연기 대결을 펼친다. 북한군 오경필 중사와 남한군 이수혁 병장.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두 캐릭터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 북한 초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린 영화. 남북은 '남한 병사의 기습 테러 공격이다' '납치됐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총격전이다'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스위스 정보단의 소피 소령(이영애)이 사건진상 조사에 나서면서 총격전 이면에 남북 병사의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밝혀낸다. 첨예한 대치 속에서 남북한 병사들의 철책까지 녹인 우정이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송이 맡은 오경필 중사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 "내가 바라는 것이 뭔지 알아? 나의 조국도 이렇게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것이야" 흐트러진 듯하면서도 남북의 실상을 깨우치고 있는 사려 깊은 북한군이다. 휘파람을 불 듯 담배연기를 장난스럽게 뿜어내지만 살아 남은 이수혁 병장을 위해 끝까지 이성적인 대처로 포용하려고 한다.

'넘버 3''반칙왕'의 코믹 연기가 제격인 송. 그래서 '쉬리'의 진지함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는 그 한계를 딛고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능청스런 웃음 뒤에 짙은 페이소스까지 아우른 것이다.

이수혁 병장 역의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을 그의 연기 인생의 최고작이라고 꼽아도 좋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호기심 많고, 정이 그리운 남한군 병사. 지뢰를 끊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북한군 오경필 중사를 형처럼 따른다. "너…. 내가 친구 소개시켜줄까?" 무료한 초소근무 중 남성식 일병(김태우)을 데리고 분계선을 넘는다. 총알로 공기놀이도 하고, 끝말잇기도 하며 북한군 병사와 따뜻한 우정을 키워간다.

모든 비밀을 간직한 채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내는 마지막 내면 연기는 "얇다"는 그동안의 연기 단점을 단박에 떨쳐내 버린다.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는 출연자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다. 물감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순수하고 착한 북한군 정우진 전사 역의 신하균,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남한군 남일병 역의 김태우의 캐스팅도 참 잘됐다는 평. 소피 역의 이영애도 무난하다. 9월 9일 대구 자유극장 1관 개봉 예정.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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