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신치료'의 지평을 연 인물들

정신치료의 지평을 연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강철같은 육체와 성격의 소유자였다. 성적 충동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 신경을 자극할 만한 심리 연구에 평생을 다 바쳤으면서도 잔병 치레 없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심판관같이 엄격한 눈길로 정신의 세계를 탐험, 역사에 우뚝 서게 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70년, 같은 집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확고한 신념에 따라 사생활은 없이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일벌레, 그가 바로 프로이트였다.

'정신의 탐험자들'(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푸른 숲 펴냄)은 일반에 잘 알려진 프로이트와 그 전 시대 사람으로 정신치료의 길을 걸었던 프란츠 안톤 메스머, 메리 베이커 에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 츠바이크는 비범한 사람들의 전기를 많이 쓴 전기작가. 탐험가 마젤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 소설가 발자크 등 집념과 모순에 가득찬 인물들의 삶을 극적으로 되살림으로써 그 인물이 처했던 시대의 의미, 인물과 시대의 조화와 부조화가 만들어낸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 책 역시 이제는 일반화됐지만 정신치료라는 미지의 영역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은 이들이 주변의 의혹과 사회의 냉대, 고독 등 어려운 여건속에서 신념 하나로 버티면서 자신의 길을 간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심리학이라는 영역에 처음으로 접근한 메스머(1734~1815)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미치는 정신적 영향력에 의해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자신도 정확히 깨닫지 못했으며, 학계로부터 거부당하고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 풍족한 생활과 원만한 인간관계 등으로 부러울 것 없던 삶을 살았던 그는 뜻하지 않은 발견으로 고난을 자초하면서 비극적 삶에 발을 디디게 되지만 일생동안 자신의 탐구를 계속했다. 메리 베이커 에디(1821~1908)는 불행한 결혼과 병치레, 가난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 갑자기 극적인 삶의 주인공이 된다. 정신치료를 통해 효과를 본 그녀는 과학을 반대하고 심리학을 통한 치료를 부르짖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운동을 이끌어 성공을 거둔다. 신경질적이면서도 계산에 밝고 굳건한 신념을 가졌던 에디는 강한 의지 하나로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츠바이크 특유의 위험스러우리만치 확신에 찬 어조로 써내려간 이 책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그려진 비범한 인물들의 흥미로운 삶을 따라가다 보면 계몽주의 시대부터 20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편견을 뿌리치고 정신치료가 정착돼가는 역사를 살필 수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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