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지난달 28일 취임 100일을 맞아 '헤이진'(黑金.검은 돈)으로 상징되는 금권.폭력 정치 추방을 천명하고 나선 뒤 증시가 요동 치는 등 금융위기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31일 타이베이 증시의 자췐(加權)지수는 산업 및 금융주들의 대거 폭락으로 전날에 비해 3.5% 빠지는 등 이틀 연속 대폭 하락,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인 7천543.96P로 마감했다. 금융당국은 4대 기금을 긴급 투입, 불끄기에 나섰으나 매도 분위기를 잠재우지 못했다.
이는 지난 5월 천 총통 취임때(9천115P)에 비해서는 1천572P, 또 1만P를 돌파했던 올 2월에 비해서는 2천500여P가 떨어진 것이다.
증시 폭락은 천 총통의 주요 선거 공약이었던 '검은 돈 청산'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직.간접 연루된 금융기관과 기업 등 '지뢰주(株)'는 물론 전자 등 활황을 이끌어 온 8대 종목의 주식들까지 매물이 대거 쏟아진데다, 정정 불안으로 단기간내이를 상쇄할만한 호재가 없다는 비관적인 정서가 이어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검은 돈 척결 선언만으로도 증시가 요동 치고 있다"면서 "(사정 작업이) 수 개월 지속될 경우 연말 쯤 금융위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타이베이 증시는 지난 5월 천 총통 취임 후 하락세가 계속돼 자췐 지수가 근2천P 빠졌으며, 최근 국민당 및 집권 민진당 출신의 유명 기업가 정치인들이 부패혐의로 전격 구속되고 창화(彰化)은행 간부들이 불법 대출 혐의로 조사받는 등 강력한 사정작업이 예고되면서 하락폭이 크게 늘어났다 .
홍콩경제일보는 31일 '아볜(阿扁.천 총통 애칭)의 금권 폭력정치 추방, 금융위기 유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천 총통이 지난 달 빠장(八掌)계곡 홍수 사건때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가오핑(高屛) 대교가 붕괴되는 등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검은 돈' 척결을 민심 획득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고 논평했다.
천 총통은 지난달 28일 회견에서 "검은 돈 추방 및 경제개혁 등 국내정치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천딩난(陳定南) 법무부장은 "내년까지 검은 돈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력한 사정 의지를 천명, 증시에 찬 물을 끼얹었다.
신문은 당국이 '검은 돈'의 뿌리인 금융부문에 대한 위법 조사와 금융체계 대수술에 나설 경우 과거 국민당 정권과 관계를 맺었던 금융계 관계자는 물론 정.재계의 유력 인사 상당수가 '사정망'에 걸려들어 이들이 속해 있는 일부 지방은행과 중.대형 기업 상당수의 도산을 초래,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제2야당 친민당(親民黨)의 천전셩(陳振盛) 총무는 "증시 폭락사태를 방치할 경우 경제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대만공업총회의 린쿤중(林坤鐘) 이사장은 "증시폭락은 주가 문제만이 아니라 대규모 기업들의 도산에 따른 실업자 속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 사정작업의 완화를 간접 호소했다.대만 언론들은 이런 점을 들어 천 총통의 사정 작업이 "한 손에 칼날을, 한 손엔 금융안정 카드를 쥐고 곡예 운전"을 하는 등 자칫 진퇴 양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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