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혁명이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류의 '유토피아'는 한갓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의 통계를 인용, 영국 BBC 방송이 보도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정보부국과 정보빈국의 격차는 엄청나다. 인구 1만명당 인터넷 이용인구의 경우 아이슬란드 5천200여명, 노르웨이 4천300여명, 미국 4천여명, 버뮤다 3천900여명, 캐나다 3천600여명 인데 비해 미얀마 0.1명, 소말리아 0.2명, 에티오피아 1.1명, 차드 1.3명으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맥코넬 인터내셔널과 더 월드 인포매이션 테크놀로지 앤드 서비스 어라이언스가 42개국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품질' '정부의 e-리더십' '정보안전성' '노동력의 질'에 대한 종합평가에서도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남아공 등 23개국이 최소한 2개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인터넷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다"는 선전문구는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일 뿐이다.
지난 7월 오키나와 G-8(선진8개국) 정상회담에서 요시로 모리 일본총리가 향후 5년간 150억 달러(16조6천500억여원)를 개발도상국 정보기술도입에 지원키로 하는 등 선진국들이 '정보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설사 선진국의 경제적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정보격차를 얼마나 줄일수 있을 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같은 국가내에 존재하는 지역에 따른 정보격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영국 통계청(ONS)의 조사결과 올해 지역별 가구당 인터넷 접속비율을 보면 런던과 사우스 이스트, 이스트 오브 잉글랜드가 각각 25%, 24%, 22%를 기록한 반면 노우스 이스트와 스코틀랜드 각각 14%, 노스 웨스트 18%, 웨일스 15%, 북아일랜드 11%로 지역별 불평등이 뚜렷했다. 전지역에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지역별 격차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소득에 따른 정보격차는 더욱 심각한 상황. 영국 하위계층 가구의 인터넷 접속은 6% 수준에 불과하지만 상위계층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과 쇼핑센터 등에 무료 인터넷을 설치하는 사업의 실제 수혜자는 '이미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스티브 울가 교수(영국 브루넬대)는 "300만 파운드(48억여원)를 투입, 3년간의 연구결과 인터넷 접근을 쉽게 하는 것이 곧바로 인터넷 이용의 확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인터넷 활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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