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지방은 궐기해야

일전에 전해들은 대구시장의 장탄식은, 갈 데 없는 우리 민선단체장의 현주소 그대로의 외마디였다. 그는 도심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원룸의 난립 하나 해결할 수 없는 시장 자리를 자탄하며 '정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온갖 민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원룸의 '합법적 건축' 주장을 밀치고, 대다수 시민의 주거환경을 지켜줄 재량과 권한 그 어느 것도 없다는 무력감의 표출이었다. 이래놓고 무슨 지방자치며 광역시장이라 하겠느냐는 항변으로도 들렸다.무너지는 지방, 갈수록 살기 힘들어

황대현 달서구청장. "도무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확대는 고사하고 현재의 위치마저 흔들어대는 중앙의 간섭을 방어하기도 바쁠 지경이다. 민선 출범 5년동안 전국 기초단체장들이 중앙에 건의한 지방자치 개선 내용중 반영된 것은 거의 없다" 최근 중앙정부의 민선단체장 권한 제동 움직임에 대해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으로 쏟는 울분섞인 항변이다.

이런 지방자치의 난기류속에 지난달 경북도청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실무자회의가 지방분권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해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만 맴돈 지방분권이 마침내 자치단체 차원에서 공식 거론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다. 지금과 같이 중앙이 모든 재정확충 수단과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한, 지방은 결국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지방분권 역시 일종의 권력이동이다. 따라서 모든 권력이동 과정이 그렇듯이 지방분권도 기득세력의 엄청난 저항과 반동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세력은 중앙부처 관료일 수 있고, 민선단체장의 권한 확대에 부담감을 갖는 중앙 정치권, 중앙정부 또는 중앙정치인과 이리저리 얽힌 이해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기업인일 수도 있다.

중앙이 모든 행정 쥐락 펴락

아닌말로 국회의원만 해도 그렇다. 지방에서 당선한 숫자가 서울보다 4배나 많은 출신분포를 동원해, 여·야 구분없이 지방분권을 외쳐왔다면, 지방의 모습은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 그 책임은 역대 대통령에게 더 있다. 누구 못지않게 그들 역시 권력을 잡은 뒤에는 장악이 손쉬운 중앙에 보다 많은 권한을 두려했다. 공연히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키워놓아 골치를 썩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유혹에 쉽게 흔들렸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지방분권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그렇다면 지방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권력의 속성상 쥐고 있는 쪽에서 순순히 내놓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면 쟁취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역사상 모든 권력의 분배와 이양은 투쟁의 산물이다. 지방의 몫을 확보하는 분권도 마찬가지다. 중앙이 시혜수준에서 생색을 내는 권한이양에 기대서는 지방 홀로서기는 백년하청일 뿐이다. 무너지고 있는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권한을 넘기라고 중앙을 향해 떼를 쓰고, 항의하고, 설득하고, 집단저항도 불사해야하는 것이다. 낡은 유물인 관료적 중앙집권에 대항해 각 지자체들은 연대의 힘을 드높이고, '골리앗에 대한 다윗의 승리'를 굳게 믿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 당당히 쟁취하자

그러자면 지방을 이끌고 있는 단체장들은, '한줌의 권한'에 취해 물의를 일으키고, '다음 선거'만 의식한 선심행정에 골몰하고, 잔잔한 중앙지원예산 몇푼 땄다고 희희낙락하고, 그래서 중앙집권의 빌미만 가져다 주는, 그같은 후진적 행태를 당장 걷어야 한다. 지방민 모두가 이대로 가다가는 제 밥그릇도 못 챙긴다는 뼈저린 자각을 갖추도록 앞장서라는 소리다.

중앙은 이제 '서울의 찬가'를 그만 노래해야 한다. 지방의 붕괴음을 무겁게 인식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도 붕괴 도미노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경쟁력이 그 어떤 것 보다 지방분권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오늘날 국가발전의 기본명제다. 지방에게 그들의 권한을 돌려주는 큰 틀의 구조조정에서 국가의 활로를 모색하는 대승적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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