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에서는 상호주의라고 얘기하는데, 우리는 호상주의라고 합니다"이는 지난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측 임동원특보에게 한 말이다. 그는 작별오찬에서도 "북·남 호상간에 비난하지 말자"라는 인사를 남겼다.
남북한의 언어이질화는 분단국가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아픔이다. 분단 반세기의 시간적 단절은 말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변화는 남북간의 언어관의 차이, 언어정책의 차이, 언어사회 구조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자어인 '상호'와 '호상'은 형태적으로 어순만이 도치된 것일 뿐, 남북 양측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서로서로, 피차'로 동일하다.
어순은 사고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단어 내에서의 병렬의 어순은 시간적으로 앞서는 것(시종, 고금), 공간적으로 위에 있는 것(천지, 상하), 긍정적인 개념을 가진 것(선악, 길흉), 중요성이 높은 것(일월,주종)이 선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相)'과 '호(互)'의 결합에 있어서는 그 자석(字釋)이 둘 다 '서로'로 동일하기 때문에 이들의 어순은 앞뒤 어디라도 상관없다. 이를 합성해 낸 중국어에서도 '상호(相互)'와 '호상(互相)'은 같은 의미로 양용되고 있다. 중국어에서 이처럼 고정된 어순을 갖지 않는 유동적인 합성어로는 '형제(兄弟)/제형(弟兄)' ,'보답(報答)/답보(答報)', '산하(山河)/하산(河山)' 등이 있다. 결국 북에서는 '호상'을 차용했고, 남에서는 '상호'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남북이 통일로 달려가고 있는 역사적인 길목에서, 이와 같은 언어이질화가 그 장애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금년에 새로 펴낸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북한말이 다수 수록된 것은 남북언어 통일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청신호이다. 통일의 과제들 중, 언어통일의 과제 또한 중대한 요소로 부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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