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 계순희 응원에 북도 들떠

유도경기가 열리고 있는 달링하버의 전시홀.

두체급에서 금메달을 딴 15일이 일본의 날이었다면 16일은 한국, 아니 조선의날이었다.

비록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남북한이 모두 하나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날이었기 때문.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의 무적여걸 다무라료코를 꺾고 금메달을 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한의 계순희는 이날 경기에서 실망스런 내용을 보여주었다. 한 체급을 올린 것이 부담이었던지 준결승에서 무명인 쿠바의 베르데치아에게 1대2로 판정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매트위가 아니라 응원석은 단연 계순희의 무대였다. 한국에서 400명의 올림픽응원단이 날아와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리랑' 등을 연창하며 계순희를 응원했고, 이에 고무된 듯 준결승 직전 만난 북한의 한 경기단체임원(이름과 어느 경기단체인지는 결국 밝히지 않았다)은 "남한 선수가 모두 탈락해 조선 선수는 계순희밖에 없으니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면서도 목소리는 역력히 흥분에 들떠 있었다.

응원단은 한국통신과 동아닷컴이 전국적으로 모집해 1, 2진으로 나뉘어 이날아침 시드니로 날아온 팀으로 계순희의 경기가 그들의 응원 첫 경기였다. 사물놀이팀과 한반도기, 한반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온 이들은 경기내내 큰목소리로 응원해 취재나온 모든 기자들의 플래쉬와 질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전에서 온 강병영씨는 "비록 계순희가 지긴 했지만 남북한이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한 하루였다"며 "22일까지 시드니에 머물며 한국팀을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마음을 알기나 한 듯, 패자준결승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따낸 계순희는 눈물을 흘리다가 응원단석 앞을 지나치면서 정중하게 두 번이나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떠났다.

이날 열린 두체급 경기에서 조선은 세명의 선수가 출전해 계순희만 동메달을 따내는데 그쳤지만 스포츠를 통해 하나의 조선됨을 서로가 가슴깊이 새겨준 날이기도 했다. 시드니에서 정지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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