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많은 역사적 영웅들을 접하면서 갖는 의문이지만 우리 역사상 최고의 문물과 영토를 가졌던 고구려는 영웅이 만든 국가다. 그 대표적 영웅이 광개토대왕.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왕의 시호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국강상-땅 이름, 광개토경-땅을 넓힘, 평안-백성을 편안히 함, 호태왕-왕중의 왕). 후손들이 지은 시호만 봐도 대왕의 업적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대왕은 뛰어난 전략가인 동시에 훌륭한 지휘관, 확실한 군주였다. 396년 백제를 정복, 아신왕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그 왕을 살려주고 대신 조공을 받는 속국으로 만들었다. 70년 충주에서 발견된 '중원 고구려비'는 광개토대왕비와 내용과 모습이 비슷하다. 여기에 따르면 '고구려 태왕이 신라왕에게 옷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태왕은 다름 아닌 광개토대왕이다.
대왕은 일본을 응징하고 숙신(연해주 방면의 종족), 거란, 후연을 공격했다고 광개토대왕비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은 단지 전쟁만 잘하는 정복군주가 아니었다. 각종 제도와 문물을 정비하고 백성들의 삶을 안락하게 했다. 대왕의 시호에 '평안'이 들어 있는데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종종 신라보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동북아 최고의 군사력과 경제·문화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삼국통일을 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왕은 영토를 넓히는 것보다 속국을 만들어 신하의 나라로 삼는게 훨씬 통치가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북방과 서역의 거친 이민족들을 상대하려면 남쪽의 동족과는 동맹관계가 편한 법. 깊은 밤 수많은 고민을 통해 고구려의 질서 속에서 한민족이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 대왕의 선택이 새롭게 다가온다.
'고구려의 발견' 저자 김용만씨는 "백제, 신라가 고구려 영향권 안에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삼국간 문화·사상·언어적 공감대가 한층 강화돼 7세기 삼국통일의 기본적 토대를 구축했다"고 대왕의 업적을 평가했다.
대왕은 중국과 대등한 독립국가임을 대내외에 명확히 알리기 위해 '영락(永樂)'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사대주의에 빠져 있던 고려·조선시대 사가들은 중국의 연호를 썼다. 독자적 연호를 쓰면 중국에 대한 불경이라는 생각에서다. 당당히 우리의 연호를 쓴 대왕이 뜻이 더욱 돋보인다.
영락태왕은 광개토대왕의 공식 명칭. 이 명칭은 중국이나 우리 역사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삼국사기에는 광개토왕이라 했고 중국은 아예 담덕이라는 개인 이름을 썼다.
광개토왕은 김부식이 삼국사기에 기록하면서 굳어진 이름. 태왕이란 당당한 칭호를 쓰지 않고 굳이 왕으로 낮춰 부른 것은 사대주의 외에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광개토대왕비, 중원고구려비, 모두루묘 등에는 태왕으로 기록돼 있다.중국도 진나라 이전에는 군주를 왕이라고 부르다가 진시황이 처음으로 건국신화인 '3황5제'에서 황제를 따와 황제라는 칭호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진시황을 '시황제(始皇帝)'라고 하는 것. 일본도 왕을 '천황'이라고 부른다. 유독 우리는 왕이다.
서길수 교수는 "연호와 함께 태왕이란 칭호는 고구려가 독자적인 천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광개토왕', '광개토대왕', '호태왕'이라는 칭호 대신 당당하게 '광개토태왕'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낯설겠지만'을지문덕장군도 6자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입에 익었기 때문에 친밀하게 느껴진다는 것. 학계나 교육 당국에서 분명 새겨 들을만한 제안이다.
-대왕 추종 젊은이 모임'영락회'
영락회(회장 김영조·영진전문대교수)는 지역에서 광개토대왕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지난 74년 경북대 법대 및 영남대 상대생들이 광개토대왕의 높은 업적을 기리고 우리나라를 세계 중심 국가로 이끌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현재 회원 수는 62명. 40대 후반의 나이들이지만 아직 대왕의 뜻을 받들어 우리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끌겠다는 당시의 뜻에서 흐트러짐이 없다.
지난달에는 회원 및 가족들이 모여 광개토대왕비와 능이 있는 중국 지안(集安)을 다녀왔다.
현재 대구, 서울, 부산에 설립돼 있는 지구를 중국에도 만들 계획이며 광개토대왕릉 옆의 태왕향 조선족 소학교와 자매결연도 추진중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락이데아'라는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 현재 2호가 나와 있다. 김영조 회장은 "국민들에게 꿈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단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락처=영진전문대 사회봉사단(053-940-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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