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로셰비치 인종정치 끝날까

오는 일요일과 월요일에 걸쳐 유고 대통령선거, 프랑스 개헌 국민투표, IMF 개혁 총회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3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평화가 올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유고 연방 대통령 선거가 24일 실시된다. 요체는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 그에 따라 오랜 독재와 코소보를 포함한 끊임 없는 내전의 종식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

입후보자는 밀로셰비치(사회당)와 3명의 야당 후보들. 이같은 야당 분열 때문에 당초에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 또다른 희망이 제시돼 세계의 관심이 더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기대주는 세르비아 민주야당(18개 군소야당 연합)의 코스투니차 후보. 지난 16일 열린 그의 유세에는 무려 3만명이나 모여, 어느 반정부 시위 보다 지지자가 많았다.

한 여론 조사에서 그는, 1차 투표에서부터 43%대 21%로 밀로셰비치를 두배 이상 앞지른 뒤 2차(결선) 투표에서도 52% 대 26%로 크게 이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라디오 방송의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77%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정선거와 테러 가능성 등 어두운 전망도 있다. 밀로셰비치는 유엔군 관할인 코소보에서도 선거를 치르게 함으로써 선거 방해와 소요 등을 유발, 공포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것. 또 코스투니차를 암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정권이 교체되면 유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도 야당에 대한 지원 의사를 나타내며 선거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밀로셰비치=세계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대 세르비아주의 부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그의 아버지는 그가 5세 때 그와 어머니를 버린 뒤 권총 자살했다. 어머니.삼촌도 잇따라 자살했다. 발칸에서 자행됐던 '인종청소'가 참혹한 그의 가족사에서 비롯됐으리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의 부인 미랴나 마르코비치도 좌파연합 정당의 당수로 있으면서 막후 실력자로 행세하고 있다.

밀로셰비치가 대중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코소보 소요사태를 조사토록 파견됐던 그는 알바니아계 경찰에 의해 두들겨 맞던 세르비안인에게 "누가 감히 여러분을 구타하는가! 다시는 아무도 여러분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고 외침으로써 세르비아계의 수호신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89년 세르비아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보스니아 내전을 유발해 1992년부터 3년 동안 계속했다. '대 세르비아 주의'를 부르짖으며 회교도.알바니아계 등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지난해 NATO의 유고 공습 후 서방 세계와 공공연히 대립해 왔다.

◇코스투니차=1944년 베오그라드 출생. 베오그라드 대학에서 법학.철학을 전공한 법학교수 출신.

1989년 정계에 진출해 1992년 세르비아 민주야당 출범 이후 줄곧 당수직을 맡아 왔다. 드물게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청렴한 이미지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줄 알고, 정치적 설득력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밀로셰비치와는 한번도 만난 적 없을 정도로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의 열렬한 옹호자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의 나토군 유고 공습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민족주의적 성향도 가졌다.

그러나 수줍고 게으르며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느니, 의사소통 능력이 모자라고 정치적으로도 고립돼 있다는 등 비판도 있다.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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