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에서 본 산후조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최형란(32)씨. 첫 아기를 낳은 후 몸상태가 말이 아니다. 머리가 무겁고 팔다리도 저리며, 찬물은 이가 시려 마시지도 못 한다. 백인 산모들을 따라 했다가 이렇게 된 것 같아 때늦게 후회하고 있다. 백인들은 출산 후 바로 찬물에 샤워하고 아기를 안고 외출한다.

서양에선 '바람 든다'는 현상에 대한 의학적 이해가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 한방에서는 산후 조리를 잘못해서 생긴 '산후풍'(바람)이라고 이 증상을 진단한다.

예로부터 좋은 산후 조리는 뜨끈뜨끈한 방에서 솜이불을 덮고 가만히 누워 땀을 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의학적으로도 타당한 것일까? 올바로 하는 산후 조리는 어떤 것인지 경산대 한방병원 변준석 진료부장의 얘기를 들어 보자.

◇한국인은 서양인과 다르다

백인 산모들이 그렇잖다고 해서 우리 여성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후풍은 우리 산모들에게만 있는 토속병이라고 할 수 있다. 토속병은 독특한 문화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 의사들이 인정하려 들지 않을지 몰라도, 민간에서는 산후 바람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들이 전승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 6~8주간을 산욕기라고 한다. 임신·출산으로 변화된 모체가 본래 상태로 되돌아 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 이때 적절한 조리를 못하면 산후풍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민간요법들은 잘못 알려져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꼼짝 않고 누워 있어야 좋은가?

예로부터 삼칠일(21일) 간은 안정과 휴식을 취하도록 돼있다. 임신·출산으로 흐트러진 뼈마디가 제자리를 잡는데 최소 삼칠일은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꼼짝 말고 누워 있으란 말은 아니다. 지나친 안정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오로(산후 분비물) 배출을 지연시켜 어혈(瘀血, 탁하고 비생리적인 혈액)을 형성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골반·복부 등의 근육을 이완시켜 몸의 원상회복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적절한 운동도 필요한 셈. 그러나 심한 일이나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줘 통증을 부를 수 있다. 운동하더라도 관절이 아프기 전에 쉬는게 중요하다.

◇뜨끈뜨끈한 방에서 땀을 내?

산후에는 방을 따뜻하게 해서 몸에 촉촉히 땀이 나 쾌적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산후에는 피부에 수분이 많이 정체돼 땀을 적당하게 흘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방을 너무 덥게 하고 이불을 뒤집어 써 억지로 땀이 많이 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체액의 손실을 초래해 기력을 저하시키고, 피부·근육의 이완으로 식은 땀을 초래, 체온조절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더욱이 여름에도 방에 불을 때 산모가 땀을 내도록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조리 방법이다. 오히려 창문을 열어 더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이때에도 찬바람이 산모 몸에 곧바로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호박·가물치를 꼭 먹어야 하나?

굳거나 자극적인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은 산후에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호박은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한의학적으로 늙은 호박은 이뇨작용 때문에 사용된다. 살이 찌거나 심장·신장 기능이 약해 부기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산모는 사정이 다르다. 부기 역시 수분이 주로 피부에 축적돼 나타나는 것이다. 호박을 많이 쓸 경우 오히려 산모 신장에 해로울 수 있다. 한의학 서적 어디에도 호박이 산모에게 좋다고 돼 있는 곳은 없다.

가물치도 주의가 필요하다. 호박과 달리 산모에 대한 이것의 효과는 한의학 문헌에도 나온다. 하지만 가물치에겐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몸이 찬 산모에게는 적당치 않다. 더욱이 산모에겐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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