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선(線)이나 그 햇살의 정도가 며칠새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러기같은 이상한 감각이 되살아나곤 한다. 아무도 없는 오후 세시의 골목에 갇힌 가을 햇살은 더욱 순수하다. 사뭇 우울하게 젖은 속이라도 견디지 못하리라.
그 햇살 아래 새가 물고 가던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한참 서서 생각하다가 문득 '나는 살아있는가?'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자신에게로의 물음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새들에게 전염되었을까?
그렇지만 넓은 마당을 말끔히 쓸고,산을 바라보며 탁자에 앉아있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자랑스런 일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산과 하늘이 맞닿아 있으며,그 속에 떠다니던 온갖 것들이 흡 달라붙듯이 마음의 고삐를 매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 거기에 있고 우리는 여기에 있음을 알게 하고,때로는 제 처지가 시위(尸位:제사에 신주 대신 시동을 앉히던 자리) 같아 그 곤혹스런 시선을 묻어둘 곳이 저 건너 선방산이다. 볼품없는 변발(변髮) 같이 불타버린 그 산을 여기서 그토록 바라보았던가!
산 앞에 내다놓은 탁자가 해가 바뀌고 자리를 잡은 것 같아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다만 그것을 오롯이 말할 수는 없어도,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출발이 된다. 그래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그림 한 점처럼,마음 속에 들어와서 늘 찾고 싶은 곳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사색의 산에 들어가는 문(門)이고 시선(視線)이 달려가다 멈추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서는 곳,그러다 보면 이윽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점(點)이다. 그렇듯이 언제나 그 앞에 즐겨앉을 탁자를 무어라 부를까? ('아름다운 군위(軍威)'란 이름을 붙이기엔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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