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풀리지 않는 숙제 '노숙자'

24일 0시 30분쯤 대구역 대합실. 30여명의 노숙자들이 의자에 옹크린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일부는 땅바닥에 종이더미를 깔고 잠을 청하고 있었고, 추위를 면하려고 비닐을 덮어 쓴 이도 보였다.

노숙자 이모(66)씨는 "여름철에 공원, 다리 밑에서 노숙하던 사람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대구역 대합실로 몰려들어 매일 밤 이 곳에서 한뎃잠을 자는 이가 4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같은날 새벽 1시쯤 동대구역 대합실에도 20여명의 노숙자들이 의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지하철역, 경상감영공원, 두류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대구시내 각 공원과 신천둔치 다리 밑, 심야 만화방, 쪽방 등에도 비슷한 풍경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노숙자가 다시 늘고 있다. IMF직후 쏟아졌던 노숙자가 한때 줄었다가 최근 전반적인 경기불황과 특히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노숙자 관련 사회단체들은 대구시내 전체 노숙자의 수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IMF직후와 비슷한 8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밤 지하철 대구역에서 식사를 무료 제공하고 있는 거리노숙자 종합지원센터 박남현(34) 소장은 "무료급식을 위해 찾아오는 노숙자들이 지난해의 두배 가까운 170명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사회적 관심은 예전보다 못해 문제"라고 했다.

노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칠성파출소 자율방범대 김무근(50) 대장은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숙자들이 추석전후엔 줄었는데 올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일자리가 없어 무료급식을 받으러 오는 30,40대 노숙자중 새로운 얼굴이 50여명 늘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IMF사태 이후 근근이 해오던 건설공사장 잡일마저 구할 수 없어 대구역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45)씨. 그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30, 40대 노숙자중 일자리를 찾지못한 건설일용직 출신이 많다"면서 "대합실 밖으로 내쫓길 겨울이 두렵다"고 걱정했다.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나와 칠성시장 부근에서 반평크기의 쪽방 생활을 하고 있는 일용직노동자 박모(41)씨는 "우방 부도후 젊은 사람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배운 것 없이 '노가다'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건설경기가 사라지면서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위축된 가운데 노숙자들을 냉대와 무관심속에 계속 방치할 경우 또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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