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여 투쟁기조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강경 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회창 총재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등원론을 사실상 일축하면서 현 정국과 관련, 여권을 강도높게 비난한 뒤 영수회담을 거듭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회담이 끝내 수용되지않을 경우 장외집회 등 모든 방법을 동원, 강경 투쟁을 계속 벌여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 총재의 제의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할 수없다"고 일단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정국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정국 해법을 놓고 여야가 막판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며 이에 따라 국회 정상화 시기도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
이 총재는 회견문 모두에서 현 정권의 독선.독주와 실정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경제난과 관련, "엉터리 정책으로 나라 경제와 서민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준비안된 의약 분업과 무원칙한 대북 정책으로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몰아넣고도 진솔한 반성과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한 뒤 "이 정권은 국민의 분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강경 입장을 천명하기에 앞서 지난 주말과 휴일, 일체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당 내외의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정국 해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데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없는 처지이지만 아무런 소득없이 곧바로 등원하는 것 역시 비난을 사기엔 별 차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회견에서 "한나라당은 지금 당장이라도 국회에 들어가 모든 문제들을 따지고 챙겨보면서 국민들을 위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회법을 수의 힘으로 날치기한 이 정권이 또 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괴롭히는 법안을 밀어부칠 때 야당이 국회에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 데서 드러나 있다.
게다가 조기 등원은 자칫 이 총재가 여권은 물론 당내 비주류 측에 떠밀려, 백기항복한 꼴로도 비쳐질 수있는 만큼 향후 정국 운영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있다.
때문에 이 총재는 지난 29일 대구 집회의 열기에 휩싸여 "국회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등 조기 등원론을 시사했던 발언을 재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관련, 정창화 총무도 "여권이 한빛 은행 불법 대출 사건의 특검제 도입 등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등원한다면 당내 온건파들조차 자존심 상할 것이며 특히 대구.경북 주민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 강경투쟁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결국 한나라당으로선 영수 회담을 정국을 풀기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간주,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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