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궁에 빠진 한보 매각

한보철강을 인수하겠다고 본계약까지 체결했던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대금 납부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돈을 넣지않아 매각이 물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채권단은 일단 1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계약이행을 채근하기로 했지만 네이버스컨소시엄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채권단은 네이버스가 조속히 계약을 이행하지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보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본계약서에 파기시 제재조항을 두지않아 무방비 상태에서 포드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대우차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뒤통수 맞은 채권단=채권단은 한보철강의 경우 본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대금입금만 남겨두고 있었기때문에 일이 이처럼 꼬일줄은 상상도 하지않았다.

본계약시 네이버스에 약속했던 △2천여억원에 이르는 조세채권 현가할인 △당진부두 전용사용권부여 △새로운정리계획안의 법원인가 등 매도자측 이행조건만 충족하면 무조건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만 알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보철강의 경우 매각 본계약까지 체결했기때문에 시한내 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하지않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뒤늦게 네이버스가 시한내 대금입금을 못할 것 같다는 낌새를 감지하고 지난달 하순 허겁지겁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대금 입금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시원스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우차 재판된 협상력 부재=지난 3월 본계약때 계약파기시 구체적인 제재조항을 두지않아 이번 사태와같은 어이없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그마한 부동산 거래에서도 계약금을 걸고 파기시 위약금 지급을 계약서에 명시하는데 4억8천만달러짜리 '딜'인 한보철강 매각 계약에서는 계약금도 없었고 파기시 위약금 조항도 두지않았다.

채권단은 당시 네이버스외엔 한보철강을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어 계약파기시 제재를 명문화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그처럼 허술한 계약을 왜했느냐는 비판을 면치못하게 됐다.

본계약후의 협상 관리도 엉망이었다. 당초 한보철강은 제일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매각협상을 주도했으나 이 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채권과 매각 협상권 일체를 지난 5월 자산관리공사에 넘겼다.

준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느닫없이 한보철강을 넘겨받은 자산관리공사는 이후대우 부실채권 인수와 보유채권 국내외 매각 등에 쫓겨 한보철강에 제대로 신경을 쓸 여가가 없었다.

네이버스측의 요구조건 이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채권단은 조세채권 현가할인이나 당진부두 사용권, 정리계획안 인가 등은 모두 법적인 문제나 정책 판단이 걸려있는 사안이어서 지난 3월 계약이후 줄곧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으나 정부 관계부처는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매도자측 이행 시한인 지난달 말이 돼서야 겨우 결론을 내는 '무성의'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부처에서 시간을 끌며 조세채권문제 등에 대한 결론을 내주지 않자 막판 청와대가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유관부처의 '도덕적 해이'를 꼬집었다.

◇향후 협상 어떻게 되나=채권단은 일단 네이버스측이 계약 자체를 파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깎으려는 의도가 있거나 지분 문제 등을 둘러싼 컨소시엄 구성원의 내분으로 대금 입금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네이버스측이 원한다면 1개월 정도의 여유를 주고 재협상을 통해 내부 문제 정리와 대금 입금을 설득하되 계약파기가 분명할 경우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계약시 제재조항은 명문화하지 않았으나 국제 관례상 본계약을 파기할 경우 법적 대응이 가능해 네이버스가 계약이행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그러나 네이버스가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네이버스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일부가 동상태에서 공장을 매각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스가 가격문제든 내분 때문이든 계약이행을 하지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과는 별도로 한보철강 처리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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