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끓는 '혈육의 정' "이게 꿈은 아니겠지요"

북한에서 보낸 이산가족 생사확인 명단을 통해 혈육의 생존사실을 알게된 남측 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뿌리며 절절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50년째 혈육의 정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던 남측 가족들은 다시 만날 오빠와 누나, 동생의 얼굴을 그리며 부푼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막내동생 꼭 만났으면

○…"눈망울이 초롱했던 막내동생이 살아있었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요"

황명수(79·여·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991)씨는 동생 룡진(66)씨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황씨는 50년 전 6·25가 터지자 당시 16살이던 동생을 외가인 흥해 덕성리로 혼자 피난 보낸 후 소식이 끊겨 기나긴 이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형제중 가장 똑똑해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막내동생 소식이 끊기는 바람에 부모님은 아들의 행방을 찾다 한을 품은 채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황씨와 인근에 살고 있는 여동생 영수(75), 성자(70)씨는 "죽기전 동생을 꼭 한번만이라도 보고싶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3남매가 행방불명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고 언니생각이 나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기나긴 세월끝에 언니의 생존소식을 접한 황만술(57·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 9남매였던 황씨 가족들은 춘기씨와 오빠 2명 등 3남매가 전쟁으로 행방불명돼 그간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왔다. 다행히 남한에 남은 5남매는 모두 생존해 있어 춘기씨와의 해후를 애타게 고대하는 모습.

학도병 동생 명단 찾아서

○…"꿈이 아니기를 빕니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을 북측 이산가족 명단에서 찾아낸 남상걸(71·예천군 용문면 제곡리)씨는 복받치는 울음을 그치질 못했다. 남씨는 예천농고 2학년 재학중 학도병으로 나간 동생 상팔(69)씨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며 감격해했다.

사망신고한 형님이 생존

○… "사망신고한 형님이 살아 계신다니…". 형님(박정수·69)의 북한 생존소식을 접한 박택수(52·안동시 송현동)씨는"형님이 집안이 어려워 가출한 줄로만 알았지 북한에 계시는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씨는 "가출한 것으로 안 형이 끝내 돌아오지 않아 89년 사망신고를 했다"며 "얼굴도 모르는 형님이지만 곧 만나 형제간의 정을 나누고 싶다" 고 말했다.

○…"유난히 음악을 좋아했던 뚱보누님을 정말 만날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박동수(64·마산시 합포구 자산동)씨는 북한에 살고있는 둘째 누나 보애(76)씨의 소식을 듣고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박씨는 "누나가 아버지와 함께 북에 살던 고모부 사망 전갈을 받고 장례식에 갔다 누나 홀로 잠시 고모집에 남은 것이 50년간의 기나긴 이별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씨는 "딸을 북에 잠시 남겨뒀다 전쟁으로 잃어버린 죄책감에 못이겨 술로 전전하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며 울먹였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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